[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검찰과의 영장실질심사 공방에서 '기각'을 얻어내며 기사회생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정부·여당·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한 역풍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본격적인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유 판사는 결정문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유를 밝혔다. 이 대표와 검찰은 전날(26일)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9시간 20여분 간 다툼을 벌였다.
◇9시간 다툼 끝 승리…홍익표 "취임과 동시에 선물"
전날 밤부터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대표는 기각 결정 이후 구치소를 나와 소속 의원, 지지자들을 만났다. 그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치소 정문에는 홍익표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청래·서영교·고민정·박찬대 의원 등 최고위원 전원(지도부), 조정식 사무총장·이해식 사무부총장·권칠승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 이소영·한준호·홍정민·이수진(비례)·황운하 의원 등 친명 성향 의원들이 마중을 나왔다.
기각 소식에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제가 취임과 동시에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며 "기각 소식에 무거운 짐이 반 이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복덩이"라는 응원도 나왔다. 전날 이 대표 영장심사 중 치러졌던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정부·여당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장관 책임론'을 띄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리한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장관의 파면이 (정치 복원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동훈, 윤석열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 전원의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 표적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하고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명 '낙동강 오리알' 위기…'가결파 책임론' 분분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지난 21일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주도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비명계 가결파'들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가결파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자해행위에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며 가결파를 저격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보다 오히려 지도부(최고위원)들이 가결파에 대한 분노가 강한 상황"이라며 "색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공공연히 이 대표를 공격한 인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비명계는 이날 '가결표가 오히려 사법리스크 해결에 도움이 됐다'며 책임론을 반박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가결표가) 방탄에서 벗어나는 정당이 되기 위해 한 것이지 구속되라고 한 건 아니다"라며 "해당 행위로 몰아가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의원도 같은날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당이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결했다고 밝힌 의원들에 대해서는 표창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가결파에 대한 처분을 놓고 엄벌론과 화합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 생각이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가결 사태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이 대표와 지도부를 공격한 몇몇 분들이 있다"며 "도를 넘은 사람들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립 성향의 중진 의원은 "일단 이 대표 구속을 넘긴 상황에서 모두가 한숨은 돌렸다. 이럴 때 굳이 책임을 지나치게 따지면 중립 성향 의원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이 대표의 지혜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당 원로에 해당하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반명 의원들을 색출해서 징계한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한동훈 책임론을 띄우는 상황에서 향후 한 장관 해임건의·탄핵소추안 추진을 통해 당내 단합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간 한 장관이 민주당을 상대로 한 도발적인 언행 등으로 의원 전체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라며 "만약 한 장관이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다면 해임건의·탄핵 추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조응천 의원은 "그동안 저희가 (해임건의·탄핵을) 남발한 경향이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는 거리를 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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