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원이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등 각종 비리 의혹을 받아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영장 기각사유를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검사사칭' 위증교사 혐의의 경우 범죄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범죄소명과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거인멸 염려와 관련해서도 위증교사 혐의와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대북송금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특경가법상 배임)'과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 의혹(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특가법상 제3자뇌물)' 등 세가지 혐의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일 오전 단식 19일차를 맞은 이 대표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업자 정바울씨가 운영하는 성남알앤디PFV에게 사업을 몰아 준 혐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해 오랜 기간 자신의 선거일을 봐 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들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백현동 개발사업으로 1356억원 상당의 이득을 얻고, 김 전 대표에게 그 대가로 77억을 건넸다. 정씨는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한 용도지역 상향 △기부채납 대상 변경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인 옹벽설치 등 특혜를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정씨가 단독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에서 배제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 위증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이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2년 KBS 최모 PD와 함께 당시 성남시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른바 '검사 사칭'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 형을 확정 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을 도운 혐의로 누명을 썼다'고 발언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됐는데 이 재판과 관련해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허위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다.
이 대표는 아울러 자신의 대북사업 및 방북관련 비용을 전 쌍방울그룹 회장 김성태씨에게 대납케 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1월,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미화 500만 달러 상당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대북제재로 인해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에게 대납케 했다는 게 혐의 내용이다. 자신의 방북 추진비 300만달러도 김 전 회장이 대신 북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전날 오전 10시 3분쯤 법원에 출석한 이 대표는 24일간의 단식을 중단한 뒤 3일간 회복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법정으로 들어갔다. 대기 중이던 취재진이 소회와 혐의에 관해 질문을 이어갔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장장 9시간 20분여간의 법정 심문에 참석한 이 대표는 유 부장판사의 질문에 미리 제출한 진술서와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검찰과 이 대표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검찰은 이 대표를 대면 조사했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수원지검 형사6부 검사 등 총 10여명을 투입했다. 1500여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 500장 분량을 함께 제출하는 등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폈다. 이 대표 역시 박균택 변호사(전 광주고검장)를 중심으로 판검사 출신의 전관변호사 6명을 대동하고 검찰과 맞섰다.
검찰은 영장 기각과 관련해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 구속에 실패한 검찰은 수사 동력을 급격히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로 수사가 중단됐던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수사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결국 불구속기소로 갈 공산이 크다. 이와는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정적제거를 위한 표적수사"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공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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