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구속기로에 놓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8시쯤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9시간을 훌쩍 넘긴 '마라톤 심문'을 끝으로, 구속여부는 27일 늦은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지팡이를 짚고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 대표는 오전에 진행된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혐의에 대한 심문에서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정에 출석할 때도 입장 발표 없이 침묵했다. 기자들 질문에도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오후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의혹'에 대한 심문부터는 직접 발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대표를 법정에서 변호한 박균택 변호사(전 광주고검장)는 휴정 시간인 오후 4시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진술서와 비슷한 취지로 대답하고 있고, 판사님이 물어보면 보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의혹' 사건은 검찰이 가장 포커스를 맟주고 있는 혐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과 12일 수원지검에 두번 출석해 이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단식을 이어가고 있던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검찰을 맹비난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첫 조사 신문조서는 서명날인 조차 하지 않고 귀가해 검찰과의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증거를 하나도 제시 못했다"며 검찰의 첫날 조사를 평가한 그는 두번째 출석인 12일 "아무리 검사가 집권을 했고 검찰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 해도 총칼로 사람을 고문해서 사건 조작하던 그걸 이젠 특수부 검사들 동원해서 사건 조작하는 걸로 밖에는 안 보인다"며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이제는 좀 정신 차리고, 국민 주권을 인정하고 주어진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사용하기 바란다"는 취재진 앞 발언도 이날 나왔다.
그러나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의혹'에 초점을 맞춘 배경은 혐의 자체에만 있지 않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현실화 된 증거인멸 우려' 근거로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의혹'을 명시했다.
검찰이 공범으로 보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추진을 요청했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돌연 이를 뒤집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인단도 교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이 대표 측근과 이 전 부지사의 처가 개입했다는 증거물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피의자(이 대표) 등의 노골적인 사법방해 시도 등 사정을 고려하면, 이 전 부지사 등 관련자들을 향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의자 등으로부터 집중적으로 회유와 압박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의혹' 부분 심문에서 입을 연 것은 검찰의 집요한 '증거인멸 우려' 주장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이 대표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검찰은 이 대표를 대면 조사했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와 수원지검 형사6부 검사 등 총 10여명을 투입했다. 1500여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 500장 분량을 함께 제출하는 등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폈다. 이 대표 역시 박 변호사를 중심으로 판검사 출신의 전관변호사 6명을 대동하고 검찰과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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