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아이오닉 5 N'을 직접 운전해 봤는데, 재밌었다. 이 차는 옆에 타는 건 의미가 없고, 운전을 직접해봐야 (기존 전기차와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영국 최대 자동차 축제인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에서 '아이오닉 5 N'을 직접 몰아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소감이다. '아이오닉 5 N'은 현대차의 N 브랜드가 최고의 전기차 기술을 집약해 내놓았다고 자신하는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다.
정 회장은 물론이고 차량 개발자들은 '아이오닉 5 N'에 대해 "직접 타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오닉 5 N'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19일 충남 태안에 있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아이오닉 5 N'에 몸을 실었다. △코너링 악동(곡선로 주행능력) △레이스 트랙 주행능력 △일상의 스포츠카라는 N 브랜드가 추구하는 3대 핵심요소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고속주행, 젖은 노면 주행, 드리프트, 짐카나, 트랙주행까지 차량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경험할 수 있는 코스였다.
무엇보다 아이오닉 5 N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내연기관 고성능차와 다름없는 감성. 운전석에 탑승해 엑셀을 밟자 순간 내연기관차의 배기음이 들려왔다. 가상으로 만든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다. 이 기능은 RPM과 속도, 토크 변화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 소리를 낸다.
현대차 최초로 프렁크 스피커와 후방 스피커에다 8개의 스피커를 더 넣어 차량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가상 사운드가 울린다. 기존의 전기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요소다. 아이오닉 5 N은 이렇게 특화 사운드로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에는 △내연기관 엔진 사운드를 계승한 '이그니션 모드' △RN22e와 N 2025 그란투리스모의 사운드를 계승한 '에볼루션 모드' △제트기 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슈퍼소닉 모드' 등 3개의 전용 사운드 모드가 있다.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인 박준우 상무는 "기존에 차를 좋아하고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들에게 내연기관의 엔진이 주는 사운드는 중요한 감성적인 요소"라며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우리는 '아이오닉 5 N'을 통해 전기차를 통해서도 충분히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사운드 구현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짐카나 코스에서 시작된 본격 시승 시간. 짐카나는 콘을 세워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코스를 빨리 달려 시간을 겨루는 경주다. 아이오닉 5 N의 곡선로 주행능력 테스트 자리다.
빠른 속도로 콘 주위를 한바퀴 도는 회전 구간. 정상 궤도를 이탈하는 오버스티어링(차가 코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현상)이나 언더스티어링(코너 바깥으로 빠져나가려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혀 민첩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특히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전륜과 후륜의 모터 토크 분배를 0~100까지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남다른 코너링감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 전·후륜 토크 배분을 50 대 50으로 놓았더니 급커브를 돌 때 차량의 선회가 더 바깥으로 밀리는듯 했다. 다음으로 후륜에 토크 배분을 더 높여 0대 100, 20 대 80으로 바꿔가며 짐카나 코스를 달렸다. 후륜 모토의 토크를 더 높였을 때가 차가 바닥에 더 깔리는 느낌이다.
전기차의 특성을 활용해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한 N 페달 기능을 얹은 5 N은 짜릿한 코너 주행감이 일품이었다. N 페달 기능은 회생제동 시스템과 높은 자유도의 모터 토크 제어 등 전기차만의 특성을 활용해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했다.
N 페달 사용시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빠르게 감속하면서 신속한 하중 이동과 민첩한 선회 거동으로 날카로운 코너링이 가능하다. 1단계에서 3단계까지 선택할 수 있는 N 페달 덕에 코너 주행은 단계에 따라 더욱 빠르고 민첩해진다. 기존의 i-페달(i-Pedal)에 비해 한층 강력한 회생제동과 빠른 모터 응답성이 특징이다.
실제로 N 페달을 설정하고 시속 약 70km까지 가속한 뒤 코너링에 진입하는 순간 따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했는데도 강력한 제동이 발생했다. S자로 반복되는 와인딩 구간에서는 브레이크 조작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뗐다 하는 조작 만으로도 부드럽고 안정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었다.
N 그린 부스트(NGB)와 N 론치 콘트롤을 사용하는 순간 마치 어린 시절 추억속 애니메이션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의 세계로 들어간 듯 했다. NGB는 주행중 일시적으로 배터리와 모터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가속 성능을 극대화해준다. 스티어링휠 오른쪽 붉은 색으로 된 NGB 버튼을 누르면 최고 출력이 609마력에서 650마력으로 증폭된다.
실제로 서킷 주행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주행 구간에서 NGB 버튼을 누르니 가속페달을 안밟아도 순간적으로 몸이 시트에 파묻힐 만큼 속도가 붙는다. NGB 활성화 시간은 10초. 이후에는 10초 대기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N 론치 콘드롤은 경주용 차량이 출발선에서 신호에 맞춰 출발할 때 반응 속도를 극대화하는 기능이다. N 론치 콘트롤은 마치 실제 경주를 하듯 일시적으로 양발을 모두 활용해 운전한다.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꾹 누른 상태에서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로 유지한다. N 론치 콘트롤은 활성화후 8초 이내 실시해야 하는데, 브레이크와 가속패달을 동시에 밟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가 튕겨나가듯 출발했다.
아이오닉 5 N의 백미는 'N e-시프트(shift)' 기능. N-e 시프트는 모터 제어를 통해 변속기가 탑재된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 특유의 변속감과 주행 감성을 안겨줬다. 전기차는 별도의 변속 기능이 없지만, 아이오닉 5 N은 인위적으로 이를 구현했다.
N e-시프트 기능이야말로 직접 타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쪽에 붙은 패들 시프트로 기어단을 조작할 수 있는데, 마치 엔진을 단 차를 타는 것과 같은 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어단에 따라 달라지는 엔진 브레이크 느낌과 더불어 공회전 엔진 느낌도 재현했다. 또 엔진 RPM과 기어단을 클러스터에 표시하고,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와 연동해 기어단을 바꿀 때마다 '팡팡팡', '윙~' 소리와 같은 내연기관 슈퍼카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은 프로 드라이버가 아님에도 마치 영화와 레이싱 대회에서 보는 듯한 드리프트를 성공하게 해줬다. 원형의 젖은 노면에서 차량이 돌 때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모터에 구동력을 배분하고 회생제동을 조절했다. 그러자 차량이 실제 조향 목표보다 회전반경 안쪽으로 주행하는 현상인 '오버 스티어(over steer)'가 생기면서 드리프트 주행이 펼쳐졌다.
콘을 중심으로 서서히 원선회를 하다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자 뒷바퀴가 미끌어지며 차체가 빙글 돈다. 드리프트 경험이 많지 않아 차체 조작이 익숙치 않았지만, 숙련자라면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을 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박 상무는 "이전에 '엘란트라(아반떼) N'과 같은 차량을 개발할 때는 기존 내연기관 슈퍼카를 연구하면서 레퍼런스를 삼을 수 있었지만, '아이오닉 5 N'을 개발할 때 전기차에서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했다"며 "아이오닉 5 N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태안=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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