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제도가 도입된다. 국가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지 14년 만이다. 제도 도입으로 매년 청구되지 않는 수천억원의 보험금도 주인을 찾아가게 된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위원장 대안)을 의결했다. 국회 재적인원 225명 중 205명이 찬성했다.
이 법안은 보험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 절차 편의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종이 서류는 전자서류로 바뀌고 서류는 중개 기관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넘어간다. 소비자는 요청만 하면 보험금을 손쉽게 청구할 수 있다. 현재 방식은 소비자가 병원 진료 뒤 서류를 받아 팩스 또는 앱으로 청구하는 구조다.
업계는 제도 도입으로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보험금이 보험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관측한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미청구된 실손 보험금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이다.
법안은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입법됐다. 그동안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도입되면 고객의 민감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가고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주장이 과도하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21년 4월 의료계가 제3기관(핀테크 업체)을 중개 기관으로 삼는 조건으로 조건부 도입을 제안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중개 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원했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양당의 대선후보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공약으로 확정하면서 다시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제도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여야 대선 후보의 공약이다 보니 야당도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안 통과 기대감이 높아졌다. 법사위로 넘어온 뒤 지난달에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두 차례 보류(13일과 18일)됐다. 이후 법사위를 넘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가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률 시행은 공포 후 1년이다. 이르면 내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학병원은 내년부터 병의원은 2025년 시행이다.
다만 의료계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 의약 4개 단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 시 청구 서류 거부 운동과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다툼으로 소비자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권익위가 권고한 지 14년 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보험금 청구 누락 건이 감소하고 소비자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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