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인맥왕'으로 유명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파나소닉을 밀어내고 매년 수 백만 명이 방문하는 가톨릭 성지인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뚫었다. 삼성전자의 초대형 전광판 설치로 홍보 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14일 삼성전자 이탈리아 뉴스룸에 따르면 로마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은 총 4개다. 광장 양 옆에 가로 7.935m x 세로 4.83m 전광판 2개, 광장 안쪽에 그보다 작은 가로 5.865m x 세로 3.105m 전광판 2개가 자리했다.
이번에 설치된 전광판은 LED 사이니지 제품으로,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 선명하고 또렷한 화질을 제공하며 IP66 인증을 받아 온도·습도 등에도 강하다. 또 LED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에 제약이 없어 초대형 화면 제작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설치된 것보다 훨씬 더 큰 전광판을 제작할 수 있었으나 교황청의 요구에 따라 과거 파나소닉 전광판과 거의 같은 크기로 전광판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장·오디오 사업 자회사인 하만의 음향기기도 이번에 함께 공급했다.
다비데 코르테(Davide Corte) 삼성전자 이탈리아 IT 부문 책임자는 "바티칸 시국에 제공된 LED는 우수한 품질로 신자와 방문객 커뮤니티를 지원할 것"이라며 "성 베드로 광장과 같은 독특하고 권위 있는 환경에서 최고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총 4개인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은 설치가 완료된 후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대중 행사인 수요 일반알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당초 이 자리에는 지난 2007년 일본 파나소닉에서 설치한 옥외 전광판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낡은 데다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황청에서 교체를 검토하던 차에 삼성전자 측의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6월 한국인 성직자로는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발탁된 유흥식 추기경과의 인연 덕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가톨릭 신자가 아님에도 유 추기경이 지난해 5월 29일 한국인 중 네 번째로 추기경으로 임명되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같은 해 7월 말 교황청에 직접 방문했다. 당시 맺은 인연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전광판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판 설치 완료와 함께 삼성전자 대표단은 이날 오전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하고 교황청 측과 서명식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삼성 임원진으로 구성된 대표단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바티칸 방문 여부도 관심을 모았으나 이번엔 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토니노 인터시모네(Antonino Intersimone) 바티칸 시국 통신 및 정보 시스템 국장은 "성 베드로 광장의 LED 설치를 위해 많은 분야에서 기술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의존하게 됐다"며 "현재의 성과에 정말 만족하고 설치를 완료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모든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상당한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바로크 건축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손에 의해 17세기에 완공된 성 베드로 광장은 최대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매년 수 백만 명의 순례객이 다녀가는 가톨릭의 성지다. 광장에 운집한 수 많은 군중은 4개의 대형 옥외 전광판을 통해 교황의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다.
특히 바티칸 희년인 2025년에는 약 3천만 명이 바티칸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홍보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자사의 로고가 박힌 전광판을 새롭게 설치해 상당한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본산 전광판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평가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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