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넷제로)'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강력한 국가 정책 드라이브 속에 산업계도 그에 발맞춘 전략을 구사하면서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배터리 기반의 순수 전기차(BEV)는 주행 중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때문에 친환경 차량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인식되며,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도 수년 내 100%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연 전기차가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뒤따른다. 운행 단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제조 단계에서부터 전 생애주기를 따져보면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친환경차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는 리튬, 코발트,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도 여전히 상당 비중을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원료부터 제조까지 단계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략적으로 평가하는 전 과정 평가(LCA)를 해보면, 오히려 기존의 화석연료를 일부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결괏값을 얻기도 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2023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LCA를 실시한 대상 20개 차종 중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기차인 '아이오닉 6'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광물 채굴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탄소중립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밸류체인에서 친환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도 문제다. 특히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에너지원인 전기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규모의 성장이 여전히 더딘 수준이어서 전기차의 탄소중립 기여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전기차가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이를 고려하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가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은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2020년까지 전기·수소전기차 판매 비중을 연간 신차 판매의 33%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30년에도 내연기관차 비중은 약 65%로 여전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전동화 전환이 탄소중립의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순 있어도 유일한 해결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바이오연료와 e퓨얼(재생 합성 연료) 등 다양한 친환경 연료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내연기관의 미래차화(化)'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생 합성연료란 재생 에너지 전기로부터 생산한 수소(H2), 메탄(CH4), 합성 가솔린, 디젤 연료 등을 말한다. 제조 방법과 반응 조건에 따라 메탄, 메탄올, 가솔린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기존 수송용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연료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 합성연료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제조 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는 재순환되고, 이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의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배출가스의 경우도, 재생 합성연료는 완전 연소 비율이 높아 기존 경유 자동차 대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 수준이다.
특히 재생 합성연료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을 그대로 활용하는 등 기존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에너지 저장체로써의 역할도 가능하다.
상병인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한미국대사관, 미국곡물협회 주관으로 열린 '2023 친환경연료 국제 심포지엄'에서 "재생 합성연료는 전기차에 비해 내연기관을 대체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27% 저렴하다"며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전기차에만 의존하기보다 재생 합성연료 같은 대체 연료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전기차와 더불어 재생 합성연료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차량 등이 개발되면 효과적인 탄소중립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의 다양성'은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산업 생태계도 미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 속에 완성차 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 전환에 사활을 거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전기차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궁극적인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유연한 사고와 대응이 절실하다. 미래차, 전기차만이 대안은 아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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