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일부 임원들이 주가 회복기를 맞아 주식을 매각해 차익 실현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만 전자' 시절에 자사주를 사들인 후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감으로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를 회복하자 수익 확보에 나선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등기임원이 보유한 보통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9천815만6천 주로, 지난 3월 말 9천816만4천979주 대비 8천979주 줄었다.
이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보유 지분(9천741만4천196주)을 제외하면 미등기 임원의 순보유 주식은 75만783주에서 74만1천804주로 줄어든다. 삼성전자 미등기임원 보유 주식 수가 이렇게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도 같은 기간 동안 17만4천559주에서 17만3천245주로 1천314주 감소했다. 우선주 역시 주가가 오르자 일부 임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통주 평균가격은 지난해 9월 5만5천595원까지 내렸고 이후 6만원 초반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삼성전자 임원들은 당시 회사 주식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삼성전자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 현황(보통주 기준, 신규 선임 취득분 제외)을 분석한 결과, 총 46명의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급 5명, 사외이사 1명, 부사장급 40명으로, 총 매입금액은 86억9천42만원이었다. 임원들의 매수 평균단가는 6만4천843원이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자기 주식을 사들인 이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사장으로, 총 7억1천969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도 3억3천300만원을 투자했다. 이 밖에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3억600만원, 박학규 DX(디바이스경험)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2억6천574만원 사들였다. 부사장급 임원들도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수했는데,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인 건 김찬우 삼성리서치 글로벌 인공지능(AI)센터 부사장으로 4억2천75만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주가가 6만원 대에 머물자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한 영향이 컸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메일을 통해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 및 주요 임원들이 당사 주식을 매수하면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에 알릴 기회"라며 "600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경영진의 주식 매수가 책임경영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고 임원들에게 공지했다.
이후 횡보하던 주가는 올 하반기에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올해 4~6월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6월 평균가격은 7만1천676원으로 7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이에 미등기 임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일부 주식을 2분기에 매각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에 삼성전자 등기임원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매각한 사례는 없었다.
반면 소액주주들의 비중은 소폭 늘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소액주주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수는 40억537만 주로, 지난해 12월 말 39억9천208만 주 대비 1천329만 주(0.3%) 증가했다. 발행주식 전체에서 소액주주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66.87%에서 67.09%로 0.22%p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임원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며 "경영 상황에 대한 자신감 표출과 더불어 약세장 속에서도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방어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은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내실경영을 통해 지속해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비춰진다"며 "삼성전자 일부 임원들이 주식을 매각했을 수도 있지만, 퇴사한 임원들이 매각한 것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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