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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택배사 떠나 쿠팡으로 몰리는 택배기사들… "상품 가볍고 영업 없어"


"평소에도 휴무 자유롭게 사용"…'택배없는 날' 정해 쉴 필요 없어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오늘도 CJ대한통운에서 이직하고 싶다는 부부 기사가 문의했어요. 최근 이직 문의 10곳 중 4곳이 기존 대형 택배사들이네요. 전체 150여명 기사 가운데 CJ대한통운, 롯데 등 택배사 출신만 60여명이 넘습니다.”

11일 경기도의 한 쿠팡로직스틱스서비스(CLS) 대리점 대표 김모(40)씨는 “쿠팡이 업무강도도 낮고 벌이와 처우가 훨씬 좋아 택배업계 ‘이직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소 월 수입 600만원에서 800만원도 많아 연봉 1억원 받는 기사분들이 꽤 된다”며 “쿠팡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택배기사아 로켓프레시 박스를 옮겨 담고 있는 모습. [사진=쿠팡]
쿠팡 택배기사아 로켓프레시 박스를 옮겨 담고 있는 모습. [사진=쿠팡]

◆ 택배업계, 쿠팡 쏠림 현상에 '비상'

쿠팡이 택배업계에서 ‘꿈의 직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존의 CJ대한통운이나 롯데·로젠 등 택배업체 소속 대리점을 떠나 쿠팡 CLS의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인 ‘퀵플렉서’로 변신하는 기사들도 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전년 여름과 비교해 최근 전국 주요 CLS 대리점에 최소 20~30%씩 타 택배 기사들이 옮겨 온 것으로 안다”며 “로켓배송에 특화된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배송 수입 창출이 가능한 쿠팡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 후발주자로 뛰어든 CLS는 기존 택배업계에 없는 근무조건과 처우, 업무 관행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은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에 있다. 쿠팡은 소비자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개별 포장으로 보내고 있고, 가벼운 물건이 많아 택배기사들의 업무강도를 낮춰주는 요인이 된다.

CLS 택배 기사는 “다른 일반 택배사는 택배 요금을 아끼기 위해 포장을 ‘1+1’ ‘1+2’식으로 크게 키워 무거운 짐이 많다”고 지적하고 “쿠팡은 전부 개별포장이고, 연필·칫솔·휴지 같은 가벼운 비닐 배송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할 뿐만 아니라, 한 집마다 통상 3~5개씩 가벼운 포장 배송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50g, 100g짜리 가벼운 상품이라도 같은 배송료를 받는데 하루 250~300개만 처리해도 500~600만원은 벌수 있는데다 오후 7시 이내에 칼퇴근하기 때문에 대기업 택배사에서 400만원 받을 때 쿠팡에서는 600만원 받는다”고 밝혔다.

고수익 외에도 CLS는 영업(집하)이 없다. 쿠팡의 배송 업무만으로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 택배사에선 일정 수준 이상 벌이를 위해 별도로 택배기사들이 영업을 뛴다. 대형 택배사 대리점 대표 최모씨는 “저녁 업무가 끝나면 일반 쇼핑몰업체 등 화주사들을 찾아가 술을 한잔 마시며 영업을 하거나 추가 배송 물량을 영업해야 한다”며 “그 영업이 끝나면 택배사 터미널에 가서 간선차가 오기 기다리는 등 요즘 말로 ‘워라벨’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쿠팡의 활성 고객은 올 2분기 1천970만명, 1인당 고객 매출은 38만9천100원(296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5% 늘었다. 고객이 늘고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로켓배송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고 이는 택배기사들이 수입 증대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은 최첨단 IT시스템 기반의 택배 업무와 협업 체계다. 쿠팡은 빠른 배송 동선을 앱으로 제공하고, 로켓배송 받는 고객들이 배송지(현관·문앞)를 안내하고 있어 전화나 문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쿠팡과 타 택배사의 휴가 사용과 월평균 수입 비교표. [사진=쿠팡]
쿠팡과 타 택배사의 휴가 사용과 월평균 수입 비교표. [사진=쿠팡]

◆ CLS, 주4일 근무에 휴가도 자유… ‘택배 없는 날’ 의미없어

CLS 소속 대리점 퀵플렉서들은 수입도 높지만 휴가도 자유롭게 쓴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5년차 배송기사인 노상열(47)씨는 “쿠팡 퀵플렉서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최근 3주간 휴가를 냈다”며 “이전 택배사는 휴가 개념이 없다 보니 그냥 ‘나가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리점 대표 김모씨도 “150여명에 달하는 택배 기사들이 조를 짜서 삼삼오오 3~5일씩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있다”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CLS 대리점에 소속된 퀵플렉서들은 자신의 목표 수입에 따라 주당 근무일을 짠다. 대기업 택배사 출신의 퀵플렉서 2년차를 맞는 김모씨도 “예전 택배사에선 경조사여도 3일을 쉬지 못했고 눈치만 봤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택배기사도 김민규(30)씨도 “주4일 근무로도 수입이 적지 않아 낚시와 여행 모임을 가곤 하는데 주6일을 일한 대기업 택배사와 비교된다”고 전했다.

CLS와 달리 기존 택배사는 휴가를 쓰기 위해 25만원 상당의 용차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휴가 내기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LS 소속 대리점은 백업 기사를 두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다른 택배사처럼 별도의 용차비를 낼 필요가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퀵플렉서들은 오는 13~15일 택배업계가 쉰다는 ‘택배 없는 날’이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름휴가를 포함해 매주 근무일수도 정할 수 있는데, 유연하지 못한 근무 시스템을 가진 다른 택배사들이 정한 것처럼 굳이 1년에 2~3일씩 똑 같은 날에 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리점 대표 김모씨는 “노조는 쿠팡의 다양한 장점을 함구하고 무리하게 선동을 일삼고 있다”며 “다른 택배사에선 진짜 365일 일만 죽어라 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료 기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고 했다.

퀵플렉서 기사 임모씨도 “진짜 혁신적인 택배문화를 선도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수십년간 유지한 통념과 실제 시스템을 바꾸는 의지의 문제인데 실행이 되지 않으면 쿠팡 CLS로 이직이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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