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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블랙홀'…누가 빨려 들어갈 것인가


우주항공청, 무늬는 ‘청장’인데 실제는 ‘부총리급’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주항공청(KASA) 특별법 처리를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주항공청을 준비하고 있는 설립추진단장도 지금 공석이다. 최원호 전 단장이 지난 6월말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담당과장이 직무를 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갈 갈이 촉박하고 먼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도 공석이고, 국회 상황도 만만치 않으면서 연내 통과가 가능하기나 할 것인지 과기정통부 내부 조차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두 검객이 칼을 들고 마주섰다. 여권을 대표하는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야권 중심을 자처하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가 주인공이다.

KASA 설립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연내 관련법이 통과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사진=정종오 기자]
KASA 설립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연내 관련법이 통과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사진=정종오 기자]

우주항공청 특별법 국회통과 여부를 두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은 “정부의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현재 상황에서 전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근시안적 대응”이라며 “우주전략본부 등 보다 더 강력한 상위 조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공격 포인트를 만들고 있다.

◆우주항공청 두고 야야 극한 대립=정부와 장제원 과방위원장 등 여권은 “하루빨리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특별법의 빠른 국회통과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제원 위원장은 특유의 ‘공격 포인트’로 “우주항공청이 통과되면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뭐가 이뤄지면 사퇴’라는 공식이 여권에서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승래 의원은 “장제원 위원장이 과방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고 겉으로는 ‘사퇴 쇼’ 까지 벌이며 과방위 정상화를 외치는데 위원장 직을 감당할 수 없으면 더는 남탓과 민폐를 반복하지 말고 속히 사퇴하라”고 되받았다.

여기에 과기정통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에 대해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 연구기관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7일 관련 브리핑을 통해 “우주항공청은 최고 인재들이 언제든 합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모로 출발하고 필요와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조직과 인력규모는 현재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천문연 등은 현행대로, 필요에 따라 ‘헤쳐 모여!”=이 장관은 우주항공청의 초기 윤곽으로 인력은 약 300명, 예산은 약 7천억~7천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항우연,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 연구기관은 기존 고유연구를 수행하면서 우주항공청의 임무센터로 지정해 우주항공 관련 국가의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의 설명은 항우연과 천문연은 현행대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으로 두면서 우주항공청 임무센터 지정 등 상황에 따라 ‘헤쳐 모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지부는 이 같은 기본방향이 발표되자 “과기정통부의 방안대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우주개발과 우주탐사를 담당하던 항우연과 천문연은 임무센터라는 명목으로 쪼개 해체된다”며 “국가 우주개발 역량이 분산돼 국가적 차원의 우주역량과 우주전략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항우연지부 측은 “과기정통부는 국가 우주역량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무시하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7일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우리나라 우주항공 거버넌스에서도 문제점은 없지 않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되고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서 그 아래 위치한다.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대통령) 산하에 위치하면서 다른 중앙부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무늬는 '청'인데 실제는 '부총리급'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대통령) 산하에 위치하면서 다른 중앙부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무늬는 '청'인데 실제는 '부총리급'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무늬는 ‘청장’인데 실제는 ‘부총리급’=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산하 청인데 국가우주위원회에서는 우주항공청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 즉 우주항공청장이 상위 기관인 과기정통부 장관을 ‘패싱’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 우주항공청은 ‘청’이면서도 국토부, 산업부, 과기정통부,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을 비롯해 심지어 기재부에도 협력을 요청할 수 있는 수평 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직은 ‘청’인데 그 역할은 범부처를 아우르는 ‘부총리급’으로 해석할 수 있는 거버넌스이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연구기관 등에서는 지금과 같은 ‘청’ 단위 조직이 아니라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우주전략본부(장관급)를 만들어 다가오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한편 국회는 31일 우주항공청 특별법과 관련해 안전조정위원회(안조위)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조위를 두고서도 여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조승래 의원이 아닌 변재일 의원이 안조위원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야권은 그동안 계속 우주항공청 관련 심도 있는 의견과 논의를 해 온 조승래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제원 위원장의 ‘선통과, 후사퇴’와 조승래 의원의 ‘사퇴 쇼, 파행 책임’ 등의 칼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과방위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센 만큼 누가 살고, 누가 빨려 들어갈 것인지에 따라 정치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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