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안다솜 기자] 전세시장이 여름 비수기에 돌입하면서 수요 문의는 잠잠한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선호 단지들의 전세 매물도 많지 않아, 거래 움직임은 굼뜬 상황이다.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내려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과 함께 전세 수요 감소로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고비를 겪었던 전세시장은 정부의 역전세난 대책이 속속 시행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도 있다.
중개업자 절반 이상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 올 하반기 주택시장을 다시 한번 뒤흔들 변수로 손꼽힌 '역전세난' 우려가 다소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이 7월 주택시장동향을 조사해 나온 자료에 따르면 서울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이하 '전세전망지수')는 100.8을 기록해 14개월 만에 다시 100을 초과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나타나는데,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을 예견한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2분기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 전세 계약 가운데 절반 정도가 1분기 대비 오른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 거래가 이어지면서 반등 지역이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평균 전셋값이 전고점(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대비 10% 이상 빠져 국지적인 역전세 상황은 지속될 전망도 나왔다.
특히, 이달 말부터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소진한 전세 매물의 계약 갱신 기한이 도래하고 있어 올 초부터 하반기 역전세난 주의보가 제기되기도 했다.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이 재계약 여부와 임대료 인상 폭을 정할 수 있다. 서울은 올해 7~12월 계약이 끝나는 10건 중 6건이 역전세 위험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에도 역전세 이슈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일선 중개업자들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역전세난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업계는 신규 전세 수요가 유입, 이전 대비 높은 가격의 거래 사례도 늘면서 최근 시행된 전세금 반환목적의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수도권 전세시장의 역전세 위험 수위는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역전세난 대책' DTI 60% 적용…전세시장 영향은
국토교통부는 역전세로 인해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을 위한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 완화를 지난 27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 용도로 은행권(인터넷 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대신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한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외 다른 대출은 이자 상환액만 더해 한도를 계산하지만,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즉, 집주인이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전셋값 하락으로 발생한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1년간 한시적으로 DTI 60% 적용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세시장 추이 등을 살펴보며 필요시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전세금 반환목적 대출 규제 완화가 전셋값 변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DTI 완화로만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 정책이 시행되기 전부터 전셋값이 강한 조정을 받았고 금리 동결로 예측할 수 있으면서 심리가 안정된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전셋값이 자체적으로 조정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고, 정부 정책 때문에 급등이나 급락 조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DTI 대출로 전셋값을 내주는 임대인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금리부담이 많은 상황에서 DSR 한도를 넘겨버리면 자기가 갖고 있던 신용대출 연장이 어려워진다. 임대인들도 부채관리를 하므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이 역전세난 부담을 낮추는 데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낮아진 가격 부담에 신규 전세 수요가 유입되고 있고, 이전 대비 높은 가격의 거래 사례도 늘면서 전셋값 반등 지역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전세금 반환목적의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 효과가 더해지면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역전세 위험 수위는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하반기 전세시장…'폭등'이냐 '역전세난'이냐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시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집값이 오르고, 공급부족이 심화해 갭투자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거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명확해진다면 전셋값이 폭등할 순 있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진 이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오를 때, 공급이 많지 않을 때, 갭투자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때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며 "그러나 당장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전셋값이 폭등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가 인하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며 "향후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게 된다면 전셋값이 조금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역전세 이슈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전셋값이 속속 회복세를 보이며 정부가 역전세난 대책으로 마련한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이 시장의 위험 수위를 낮추며 소폭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다. 다만, 서울은 상반기 전셋값이 크게 떨어져 연간 누적으론 마이너스를 기록하겠지만, 하반기 자체로만 보면 조금 오를 것"이라며 "지방은 전셋값 낙폭이 줄곤 있는데 대구 등 지방은 물량 문제가 있기도 해서 더 조정을 더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송승현 대표는 "전셋값이 오르긴 하겠지만 대단히 크게 오르는 것이 아니고, 매매가격에 동조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가격 자체는 소폭 상승할 수 있다"며 "그간 전셋값 하락폭이 컸고, 최근 전세 수요가 늘어 지금 수준에서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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