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이하 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논란을 두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 자료제출 부실 등을 놓고 사과를 요구한 반면 원 장관은 "이재명·이해찬의 사과가 먼저"라고 반격했다. 민주당은 이날 양평고속도로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예고하며 원 장관을 압박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 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시작부터 원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야당 위원들이 7월 초부터 국토부에 (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요청을 했는데 2주 넘게 안주다가 지난 일요일(23일) 자료를 공개했다"며 "공개된 자료도 핵심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부분 공개에 그쳤다. 기만적인 자료 공개로 국회와 국민을 무시해온 원희룡 장관의 사과부터 받고 현안질의를 시작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여당 간사)는 "국토부에서 7년간의 관련자료 55건을 모두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이런 자료도 문제가 있다고 하면 오늘 회의는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에 대응하겠다는 목적으로 국토부 홈페이지에 타당성조사 용역지시서, 양평군과의 협의 기록,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등 관련자료 일체를 공개한 바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야당의 사과 요구에 "모든 사태의 원인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난데없이 민주당 당원교육 자리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관련 TF까지 만들어 대응을 지시했기 때문"이라며 "사과를 한다면 거짓선동으로 몰고 온 민주당 전·현직 대표 두 분부터 사과를 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누구보다도 하루빨리 (양평고속도로가) 최선의 노선으로 정상 추진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책임을 전적으로 민주당에 돌렸다.
원 장관은 이날 야당으로부터 일부 자료 누락을 지적받기도 했다. 원 장관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타당성 조사 용역사가 국토부에 제출하는 월간진도보고서의 제출을 요구하자 '용역사와는 실무자 위주로 직접 소통해 보고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진도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히자 "실무적인 것을 일일이 어떻게 한 페이지까지 다 알겠느냐"며 사과했다.
이후에는 야당과의 기싸움이 계속됐다. 원 장관은 심 의원이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않으면 장관도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심 의원도 괴담에 가담하는 거냐"고 공격했으며,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장관의 정치적 행위(백지화 선언)로 국민이 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하자 그는 "저희가 (의혹을) 설명할 때는 민주당이 눈을 닫았다. 쇠고기, 천안함 등 저희가 (야당의 괴담에) 한두 번 당하느냐"고 맞받았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을 추궁하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에게는 "답변이 아니라 질문이 목적"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원 장관이 도발성 발언을 계속할 때마다 야당의 항의가 계속됐다.
양평고속도로 논란은 국토부가 지난 5월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기존 계획(예타안)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이후 강상면(대안) 종점으로 변경하면서 벌어졌다. 민주당은 국토부가 강상면 일대 토지를 보유한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를 위해 변경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토부는 양평군의 민원과 용역사의 타당성 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야당의 정치공세를 이유로 추진 백지화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최인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원 장관이) 오늘도 변명, 거짓으로 일관하고 민주당 탓으로 돌린다면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원내지도부는 (민주당 단독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민주당이 내일(27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 제기는 아무리 봐도 가짜뉴스의 성찬에 불과하다"며 "국정조사 주장도 정쟁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정조사를 추진할 시 야당도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양평고속도로 재개 의지를 남겨두는 상황에 국정조사를 강행하면 양평 군민을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며 "국정조사에서도 의혹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정치적 역풍을 감당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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