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토큰증권 관련 법안의 제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토큰증권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코스콤은 '2023 토큰증권 매칭데이'를 개최, 발행사와 금융사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증권사 30곳, 은행사 3곳, 발행사 61곳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업계관계자 300명이 참석하는 등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선 다양한 토큰증권 발행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기존에 잘 알려진 음악저작권 판매 플랫폼 뮤직카우, 미술품 토큰증권을 준비 중인 테사, 부동산 조각투자사 펀블 뿐만 아니라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곳도 상당했다.
오는 2030년까지 토큰증권 시장은 370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많은 업체들이 토큰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사 대부분이 유통사와 만날 기회가 없어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코스콤 역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매칭데이를 개최했다.
실제로 규모가 스타트업 수준으로 작은 발행사들은 이번 매칭데이를 통해 유통사와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금융사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업체들이 토큰증권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토큰증권 시장 선점을 위해 너도나도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사업 방향이 구체적이지 않은 곳들도 종종 보였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의 한계를 토큰증권으로 극복하겠다는 업체, 사업 모델이 구체화되지 않은 곳, 시장 흐름에 발맞춰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렸지만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우선 매칭데이에 참석했다는 기업도 있었다.
"여러 사업 방향을 열어 두고 검토 중인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것 마저도 없다"는 이들은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기 위한 팜플렛 마저 없었다. 매칭데이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업계 동향 파악"이라고만 답한 곳도 있다.
특히 한 업체는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유는 사업의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서였다. 곳곳에서 "토큰증권 발행이 된다고?"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추가적으로 확인해보니 해당 업체는 기존 사업과 크게 관련 없는 다른 사업을 또 진행하고 있었는데, 거창하게 적은 소개글은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현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가상자산법에 비해 전자증권법의 입법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아직 시행령이나 하부규정이 정해지지 않았고,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결국 다수의 투자자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입법 개정안이 통과되려하고, 시행령이 정해진 것도 없으니 투자자 보호는 아직 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발행을 하겠다고 하는 회사 중 대부분이 사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단계"라며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당국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지만, 토큰증권도 증권이기 때문에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큰증권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나, 여기엔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만으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에 나선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감독당국과 업계의 긴밀한 대화와 협업만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를 웃게 만들 수 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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