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위안화 가치 하락에도 기업 수요에 힘입어 위안화예금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똑같이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어도 기축통화로 투자 수요 등이 겹쳐 엔화예금이 늘어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환율 폭등에 밀려들었던 달러예금은 올해 들어 계속 줄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위안화예금 잔액은 91억3천7만위안으로 전월 대비 36.3%나 급증했다. 지난해 말 73억5천800만위안보다는 24.2% 증가했다.
원-위안 환율은 이날 179.7원으로 최근 약세다. 지난해 하반기 200원을 넘기도 했지만, 등락을 거듭하더니 지난 4월 190원대에 이어 최근 180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안화는 원화와 동조화(커플링)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투자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예금 규모가 적은 편이다. 대개는 기업들이 중국 수·출입 시 위안화로 받는 대금을 맡겨 환 헤지 등과 같은 용도로 활용하는 게 보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위안화예금은 일반 가계보다는 기업들의 수요가 많다"며 "기업의 수출입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위안화 환율은 기업 등 실수요의 영향이 커서 위안으로 결제한 대금을 일시적으로 위안화예금에 맡긴다"며 "환차익을 활용하려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위안화는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p)인하하기도 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였다.
똑같이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엔화는 사정이 다르다.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9천327억엔으로 전월보다 28.8%나 폭증했다. 지난해 말 7천309억엔 수준이던 엔화예금은 지난 4월 5천978억엔까지 줄다가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원-엔화 환율은 100엔당 970원대에서 지난 4월 1천원대까지 오르더니 이후 갈피를 못 잡고 이달 초 898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현재 918원으로 당분간 엔화 가치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엔화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기축통화인 엔화 가치가 바닥을 찍고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서다. 국내 요인으로는 여행 수요와 맞물려 미리 사두자는 심리도 겹쳐 있다.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은 현재 일본중앙은행의 초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의 영향이 크다. 세계 주요국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긴축 기조로 선회한 것에 비해 일본중앙은행은 지난달 16일 단기 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아직까지는 자금을 풀어 경기를 회복하는데 힘쏟겠다는 의도다.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590억4천만달러로 전달보다 2.8% 줄었다. 지난해 말 747억4천300만달러보다는 21%나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로 선회하며 기준금리가 상반기 1%대에서 지난해 말 4.25~4.50%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천440원을 돌파해 최근 10년 내 가장 높았다.
올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에 안착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달러 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줄었단 얘기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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