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의사과학자 육성에 대한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대를 지망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것도 임상의에만 집중돼 있다. 의학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에 몰두하는 이른바 ‘의사과학자’가 되겠다는 이들은 적은 게 사실이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 임상의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세태는 ‘제자리걸음’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미래 의료 환경은 임상의가 아니라 바이오경제를 이끌 의사과학자들의 몫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로운 의사과학자들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무르익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대 의과대학이 ‘의학을 아는 공학자, 공학을 아는 의사’ 양성을 위해 공동 커리큘럼을 확정했다. 의과학 인공지능(AI), 뇌인지공학개론 등 7개 과목이다.
두 기관은 4일 공동 교육과정 개발 워크숍을 열고, 새로운 커리큘럼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세부 운영 방안을 최종 조율했다. 의사과학자 인재를 키우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내놓았다.
UNIST에 새롭게 개설되는 이들 교과목은 오는 9월부터 울산대 의예과 1학년생 40명 전원과 UNIST 학생들이 수강한다. 울산대 의예과 소속 학생들은 2개의 필수과목과 5개의 선택 과목 중 최대 6과목을 듣게 될 예정이다.
이들 학생은 UNIST에서 운영 중인 학생 연구·창업 동아리도 참여한다. 이를 통해 실전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고 미래 의사, 과학자 간 인적교류를 강화할 예정이다.
커리큘럼 내 각 교과목은 UNIST의 전담 교원과 울산대 의과대학 임상 교원이 짝을 이뤄 공동 지도한다. 학생들에게 수강한 교과목이 임상 분야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UNIST와 울산대는 지난해 7월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UNIST-울산의대 HST(Health and Science Technology)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해왔다. 이번에 완성된 바이오메디컬 교과목 커리큘럼도 HST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심재영 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은 “오는 9월 시작되는 학부 공동 커리큘럼이 양 기관이 준비한 HST 프로그램의 첫 단추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커리큘럼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 기관이 시도하는 의과대학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간의 협력 모델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기존에 시도된 대학원 중심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달리 학사과정생을 그 대상에 포함하는 전주기적 의과학자 양성 과정이라는 차별점이 있다.
김승후 울산대 의대 학장은 “정부 지원책에 양 기관의 협력 교육 과정이 대거 포함된 점은 우리 모델이 국가 의사과학자 육성전략의 큰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며 “두 학교의 협력 모델을 통해 의과학자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김종재 원장이 참석해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사이의 협력 방안도 발표했다. 김 원장은 “세 기관의 협력이 수년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 온 의학분야 융합연구의 한계 극복을 위한 모범 답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공동 교육과정 개발 워크숍에는 울산대 의과대학 김승후 학장,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UNIST 정보바이오융합대학 심재영 학장, 공과대학 김성엽 학장, 의과학대학원 배성철 원장,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형준 학과장, 두 학교 교과목 개발 담당 교원 등이 참석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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