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나노입자로 염증에서부터 면역치료까지 가능한 길이 열리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은 생명과학과 전상용, 조병관 교수 공동연구팀이 경구 투여했을 때 염증성 장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대식세포를 표적 할 수 있는 키토산-빌리루빈(Bilirubin)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빌리루빈은 헤모글로빈이 분해될 때 나오는 물질로 염증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에 대해 강력한 환원력(scavenging effect)을 가진다. 항염증성 효과가 탁월해 약물 개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빌리루빈 자체의 소수성 특성(hydrophobicity)에 의해 임상 단계에서의 직접적 활용이 어렵다.
연구팀은 빌리루빈을 체내, 특히 경구투여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점막부착성과 수용성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저분자량 수용성 키토산(Low molecular weight water soluble chitosan, LMWC)과 결합해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LMWC-BRNPs)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는 기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스테로이드 계열 항염증(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agent, NSAID) 약물 중 하나인 아미노살리실리산(5-Aminosalicylic acid, 5-ASA)보다 뛰어난 장 기능 정상화 효과를 보였다.
경구 투여했을 때 점막층과 정전기적 인력(Electrostatic interaction)으로 장벽 안으로 흡수됨으로써 기존 경구용 치료제보다 강력한 점막 부착성을 보였다. 또한 염증성 대식세포에 의해 흡수돼 이들의 활성을 떨어트려 염증성 장 질환의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과 활성 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 분비를 줄였다.
염증성 조력 Th17 세포 대비 면역 조절 T 세포 (Regulatory T cell)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망가진 장내 면역 항상성을 되돌리는 효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가 장내 흡수됐을 때 염증에 의해 유발되는 장내 미생물 패턴 변화를 막아 염증성 박테리아 중 하나인 ‘튜리시박터(Turicibacter)’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세 가지 핵심 유산균인 ‘서터렐라(Sutterella)’, ‘오실로스피라(Oscillospira)’,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의 수를 유지하는 효능을 동물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나노입자가 단순히 염증만 치료하는 것을 뛰어넘는 우수한 나노 의약(Nanomedicine)으로 개발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KAIST 생명과학과 아피아 박사과정생, 신종오 박사(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박사후 연구원)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명: Bilirubin Nanomedicine Rescues Intestinal Barrier Destruction and Restores Mucosal Immunity in Colitis)는 나노-재료공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ACS 나노(Nano)’ 5월 25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상용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단순히 염증만 치료하는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무너진 면역반응을 정상화하는 우수한 나노의약으로 개발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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