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부총리의 '가격 인하' 언급에 라면업계가 당황해 하고 있다. 부총리는 '밀 가격이 하락했으니 라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어느때보다 강한 톤으로 발언했다. 부총리 발언과 달리 라면업계는 직접 밀을 수입하지 않을 뿐더러, 현재 공급 받고 있는 밀가루 가격도 변함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으리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처럼 실제 라면 원부재료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5월 1t당 419달러였던 밀 가격은 올해 5월 229달러로 50%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싼 수준이다.
라면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지만 라면을 제조하는데 들어가는 밀가루 가격은 여전히 가격이 높고, 밀 외에 다른 원료도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내린다고 밀이나 밀가루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도 않는다.
특히 국내 라면 제조사들은 해외에서 밀을 직접 수입해 밀가루를 만드는 것이 아닌, 제분업체에서 밀가루를 구입하는데 여전히 이 밀가루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원가에도 영향이 없다는게 라면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라면업계는 제품가를 연이어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팔도와 오뚜기는 각각 9.8%, 11.0%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라면가격 인상과 관련해 업계는 밀가루 가격 인상과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가에서는 정부가 기업 제품가를 콕집어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가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자유경제를 외치면서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업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하는 것 같다"며 "시민단체에게 압박을 가하라는 듯한 발언도 굉장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라면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밀을 수입하지 않고, 국내 제분사에서 밀가루를 공급받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은 전혀 내리지 않았을 뿐더러, 라면은 밀가루로만 제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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