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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5년 전 드라마 '미스터Q'에서 본 기술 유출범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최근 유튜브에서 1998년 인기리에 방영한 '미스터Q'라는 드라마를 다시 봤다. 속옷회사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직장에서 '루저'로 찍힌 직원들이 개발과에 모여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휘해 재기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에선 개발과 팀원 '정나래'가 영업기밀을 경쟁사에 유출한 에피소드가 다뤄진다. 기밀을 유출한 나래는 회사에 나오지 않지만, 그의 광고 전문성을 높이 산 다른 팀원들의 독려로 다시 개발과에 합류하고 멋진 속옷 광고를 제작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해낸다는 내용이다.

25년 전에 이를 봤을 땐 따뜻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직장에 있어보니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당시엔 개발과 팀원들이 온정 많은 사람들로 여겨졌지만 지금 보니 침묵의 방관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 약자였다 하더라도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드라마 속 '정나래'가 많다. 특히 국가간 패권 경쟁이 촉발된 반도체 업계에선 기술을 다른 나라로 빼돌리는 일이 늘어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전 임원이 중국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중국 소재 반도체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출신 핵심인력 200여명을 고용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삼성전자 공장을 본딴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시도했다.

이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고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하겠지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주장이 맞다면 중국에 삼성 복제판 공장이 들어설 뻔 했다.

기업 기밀 유출은 도둑질이다. 유출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기술 경쟁력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지만 업종 막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기술 해외 유출 직접피해 추산액만 25조원에 달한다. 기술 유출 사범의 88% 이상이 가 무죄 판결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고 한다. 양형기준을 높이고 국가핵심기술 등의 유출에 대해서는 별도의 양형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향후 2년간 기술 유출범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적법한 조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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