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포니라는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정신적, 경험적 자산은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철학을 발판으로, 정몽구 명예회장께서 품질과 기본을 강조하신 것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달 7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포니의 시간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현대 리유니온' 이후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현대차의 헤리티지(유산) 프로젝트다.
포니는 1975년 출시한 대한민국 첫 양산형 국산차이자 현대차 최초 독자 모델이다. 1970년대 초까지 독자 생산 모델 없이 부품을 조립해서 팔기만 했던 현대차가 처음으로 개발한 차. 포니는 최근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헤리티지 사업을 통해 복원됐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가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 시대적 배경, 디자인, 철학적 고민 등 다각도에서 헤리티지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정주영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오는 사람 중심의 혁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인공 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빌리티에 특화된 당사의 창립 및 성장 사례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대자동차만의 고유한 DNA가 됐다"며 "'포니'라는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정신적·경험적 자산은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오는 9일부터 8월 6일까지 약 60일간 진행되는 포니의 시간은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전 층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마련해 포니가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의 층위를 따라 내려오는 형태로 전시를 구성했다.
5층에서 시작되는 전시의 첫 도입부에는 포니 탄생 당시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집된 수집품과 당시를 재해석한 영상, 음악, 회화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이 당시 시대 상황을 생동감 있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4층에는 포니의 첫 탄생부터 전 세계로 수출을 시작할 당시의 다양한 사료들을 전시해 두었다.
이어 3층에는 지난달 현대 리유니온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국내에 최초로 공개했다. 이를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의 디자인 회고 자료들을 함께 선보인다.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카는 쐐기 모양 노즈와 원형 헤드램프, 종이를 접는 듯한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1979년 2차 석유 파동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양산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전설의 차'로 남아있다.
현대차는 당시 포니 쿠페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아들 파브리지오 주지아로를 찾아 복원을 의뢰했다. 복원 작업에서 자료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호우로 유실됐던 포니 쿠페 마스터 설계도를 주지아로 측이 보관하고 있어서 복원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 비전 74'도 같은 공간에 전시했다.
N 74 비전은 전기 배터리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동되며 85킬로와트(㎾)급 수소연료전지와 62킬로와트시(㎾h) 리튬이온 배터리, 2.1킬로그램(kg)의 수소탱크 2개가 탑재됐다. 험한 모터스포츠 환경에서도 출력이 떨어지지 않고, 완충되는 시간도 5분 내로 짧다.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이상협 부사장은 "N 비전 74는 과거의 노력에 대한 헌사이자 미래를 향한 우리의 선언"이라며 "포니 쿠페 컨셉트의 대담한 정신을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계승해 한국 최초의 스포츠카를 만들고자 했던 엔지니어들의 꿈을 실현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포니에서 시작해 포니2, 포니 웨건, 포니2 픽업트럭 등 포니 시리즈의 복원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의 마지막인 2층은 많은 국민들의 추억 속에 함께 했던 포니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와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정신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포니는 현대차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기계공업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현대차는 과거에서부터 축적해 온 경험적, 정신적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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