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부가 최근 김치냉장고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삼성, LG 등 가전업체들이 신제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김치냉장고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이 높아지면서 기존 1등급 제품들의 등급이 줄줄이 낮춰질 것으로 예상되자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판매 가격 상승으로 수요 부진이 이어질까 염려하는 눈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김치냉장고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과거 뚜껑형 위주였던 것과 달리 다문형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문 개수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300L(리터) 미만 김치저장실 수 2개 이하, 300L 이상 또는 김치저장실 수 3개 이상에서 ▲300L 미만, 300L 이상 문 개수 3개 이하, 300L 이상 문 개수 4개 이상으로 세분화했다. 또 냉장고의 크기에 따른 전력소비량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품의 '최대 소비전력량'은 '월 소비 전력량'에서 제품 크기로 나눈 지표로 변경했다.
정부는 기업의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에어컨 등 효율등급 품목에 대한 등급 기준을 2~3년 단위로 조정하고 있다.
이번 기준 상향으로 기존 1등급 제품들 중 2~3등급으로 내려간 제품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는 변경된 규정이 적용되면서 1등급 김치냉장고 비중(지난해 기준)이 64.4%에서 12.1%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김치냉장고 제조사들은 고효율 컴프레서 사용 등 핵심 부품 최적화, 내장재 추가 등을 통해 달라진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곳은 LG전자다. 지난 11일 'LG 디오스 김치톡톡' 김치냉장고 신제품 순차 출시 소식을 알린 LG전자는 491ℓ(리터) 8종, 324ℓ(리터) 5종 등 총 13종의 김치냉장고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정부 기준에 맞는 1등급 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의 1등급 김치냉장고 제품들은 냉장고의 냉기를 만드는 냉동 사이클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단열효과가 우수한 소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LG전자는 김치냉장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491ℓ 용량의 스탠드식 신제품에 '다목적 보관 모드'를 처음 적용했다. 김치 외에도 잎채소, 복숭아, 수박, 주류 등 11가지 식재료 및 식품을 맞춤 보관할 수 있다. LG전자가 올해 선보이는 김치냉장고 신제품은 스탠드식 53종, 뚜껑식 12종 등 총 65종으로 구성됐다. 출고가는 용량에 따라 스탠드식 190만~425만원, 뚜껑식 62만~124만원이다. 지난해 출고가는 스탠드식 120만~417만5천원, 뚜껑식 62만~124만원이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도 이번주에 신형 김치냉장고 라인업을 내놓는다. 새롭게 바뀐 김치냉장고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기준에 맞춰 스탠드형, 키친핏 등으로 구성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비스포크 그랑데 인공지능(AI) 세탁기·건조기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에너지 소비효율을 앞세웠다. 기존 1등급보다 에너지 효율이 10∼20% 높은 에너지 특화모델을 강조한 만큼, 부품 등 하드웨어를 개선해 김치냉장고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개선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출시되는 1등급 제품의 출고가는 기존 제품보다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신형 김치냉장고 출시를 위한 사전 작업도 계속해왔다. 삼성스토어(옛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는 지난달부터 구형 김치냉장고 모델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3월 출시한 비스포크 가전 중에서도 김치냉장고 라인업은 제외하고 출시했다.
다만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는 아직까지 별 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새로운 1등급 기준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위니아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 출시 시기는 9~10월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에너지효율 등급 조정이 고효율 기술 개발을 독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판매 가격이 높아지면서 경기 침체 속 수요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는 365일, 매일 켜놓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을 더 중시하는 제품 중 하나"라며 "기준이 상향됐다는 점을 모를 경우 단순히 등급만 보고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효율 부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판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 제품 가격이 더욱 올라갈 경우 소비자들이 구입을 더욱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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