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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누리호 성패와 외교력


오는 24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체조립동에 누리호 1,2단이 결합된 채로 보관돼 있다. [사진=항우연]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에 발표된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미국의 위성·부품수출통제정책 변경과 관련한 내용이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문서화된 것.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의 말미에서 "우리의 동맹은 우주에도 적용되며, 모든 분야에 걸쳐 우주 협력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양 정상은 우주 탐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대한민국의 의향을 환영했으며, 달과 화성 탐사 협력 개념에 대한 연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협력 사업을 기대하면서, 대한민국의 우주항공청 신설을 환영했다. 한미 양측은 한미 간 상업 우주협력 강화를 촉구했으며, 양국 간 확대된 상업 및 정부 간 우주 협력 기반을 제공하는 위성 및 위성 부품에 관한 수출통제 정책을 미국이 최근 명확히 한 것을 환영했다."고 발표했다.

성명문에는 수출통제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명확히 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지만 대통령실은 "기존에는 우리가 한국형 발사체에 미국산 위성부품을 탑재하고자 할 경우, 엄격한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존재했다"며 "미국산 위성부품의 대한(對韓) 수출 원활화를 위한 협의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과기부 관계자는 더 나아가 '미국이 최근 명확히 한 것을 환영한다'는 표현은 돈 그레이브스 美상무부 부장관이 지난 3월 '새틀라이트 2023' 컨퍼런스에서 "미국 기업의 위성 관련 기술 및 노하우의 수출허가신청은, 미국이 권장하지 않는 발사체라 하더라도, 앞으로는 무조건 불허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 별로(case-by-case) 검토해 허가하겠다"고 말한 것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권장하지 않는 발사체'는 사실상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앞으로는 누리호에 미국산 부품이 채용된 인공위성을 싣고 발사할 수 있는 가능성, 다시 말해 누리호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설명이다.

위성 및 위성부품에 대한 수출통제정책은 美 국무부가 관장하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말한다. ITAR 목록에 등재된 부품을 사용해 인공위성을 개발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위성을 발사할 때도 어떤 발사체로 발사하느냐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ITAR 규정이다.

예외가 인정되는 나라는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창립 회원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과 나중에 추가로 인정된 인도 등 8개국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모든 위성의 발사를 해외 발사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나라다. 누리호 개발 이전에는 아무 상관 없는 규정이었지만 이제는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ITAR 규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회의탁자에 올리지도 못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에도 추진했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말도 못꺼내게 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명확히 한 것'이라는 표현까지 들어간 건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김칫국을 마시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사례별로 허가한다'고 했지만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 한 고위 관계자는 “완전해제도 아니고, 미국이 언급한 ‘사례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려는 상무부와 무기수출을 통제하려는 국무부 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실제로 개별허가신청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허가사례를 만들어 낼 필요성도 제기된다.

결국 누리호의 성패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교 당국과 과학기술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외교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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