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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글로벌 톱10 중 현대차·기아만 '뒷걸음'…IRA 타격 가시화


올 1분기 전기차 판매 11만9천대로 전 세계 7위…전년비 2.2% 줄어
대통령실 "양국 부처들의 소통과 협의 통해 해결할 것"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늘어난 가운데, 전 세계 10대 브랜드 중 현대차·기아만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타격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던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달리 우리 기업의 타격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8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270만2천대다. 중국 비야디(BYD)가 전년 동기 대비 97.0% 증가한 56만6천대를 판매하면서 1위에 올랐다.

2위는 미국 테슬라(42만3천대)로 전년 대비 36.4% 판매량을 늘렸다. 판매량 3위와 5위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지리자동차는 각각 13.1%, 40.6% 성장세를 보였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17.4% 증가한 17만8천대로 4위를 차지했다. 10대 브랜드 중 나머지 해외 업체들도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1분기 11만9천대를 팔며 7위에 그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지난해 동기(12만2천대)보다 판매량이 오히려 2.2% 줄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다가 지난해 8월 시행된 IRA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7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전기차 대표 모델인 아이오닉5의 지난달(4월) 미국 판매는 2천323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줄었다. 기아의 전기차 EV6의 지난 4월 미국 내 판매 대수는 1천241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52.8%나 감소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SNE리서치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IRA,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은 무역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은 비야디, 유럽은 폭스바겐 그룹, 북미는 테슬라와 같이 지역별 현지 기업이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에서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전까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든 차종이 최대 7천500 달러의 IRA 보조금을 받는 시점을 2026년으로 보고 있다. SK온과 함께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신설한다. 이 합작 공장에서 만드는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하며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정본부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생산을 시작하는데 수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공급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풀 캐파(최대 생산능력)가 돌아갈 정도의 생산 계획이 있지 않아 그 해 생산 차종에는 충분히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전 차종들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경기도 화성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경기도 화성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 공은 우리 정부에게 넘어갔다. 지난달 27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방미 과정에서 IRA와 관련해 "양 정상 간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 명쾌하게 합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IRA는 미국의 자국 내 투자를 촉진하고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산업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한·미가 동맹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예외적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정상 간의 확고한 인식과 지침에 따라 양국 부처들은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통해 애로를 해소해 가고 남은 쟁점들도 있지만 이 부분도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IRA 등으로 야기될 한국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성에 합의했으며, 이를 토대로 양국 부처들이 실무 차원의 논의를 계속하며 당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상목 경제수석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빈방미 당시 국내 다수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민주당 앤디 김 하원의원은 "이번에(한미 정상회담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인데, 솔직히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이제 다수당이 아니며, 공화당은 IRA 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그런 차원에서 현재 공화당 체제 하원에서 법 개정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 없이 3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의 '한국산과 미국산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들어 우리 전기차의 역내 지위를 확보하는 데에 합의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달 27일 "IRA와 반도체법 관련 명문화된 추가 조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서 "정상 간 상호 우호적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사업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큰 변화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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