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키움증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김 회장의 사퇴가 사건 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 매각 시점을 놓고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키움증권이 추진하던 '초대형 IB' 인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 檢, 라씨 사무실 압수수색...당국, CFD 관련 키움증권 등 조사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전날부터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 있는 라씨의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주식·금융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투자 수익금을 빼돌리는 데 조력한 것으로 알려진 공범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해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CFD를 서비스하는 주요 증권사들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 매도를 중점으로 조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회장은 8개 종목이 동시 다발적으로 하한가를 기록하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시간외매매)를 통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처분해 60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지난달 20일과 21일 대량 거래와 함께 각각 3.93%, 6.34% 하락한데 이어 24일과 25일에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약세를 지속한 다우데이타 주가는 10거래일만에 40만원 중반대에서 15만원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를 두고 라씨는 김 회장을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주가가 폭락하기 전 일부 종목에서 공매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두고, 김 회장이 공매도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을 것이란 주장을 내놨다.
◆ 김익래 회장 "매각자금 사회환원할 것"...불법 연루 의혹은 부인
키움증권은 라씨가 여론을 돌리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 회장의 주식 매도 시점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며, 주가 폭락과 관련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지난 2일 라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라씨가 제기한 무차입 공매도 주장에 대해선 김 회장의 '잔고 및 거래 명세서'를 제시하며 "라씨가 허위사실 퍼뜨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적극 해명했다. 김 회장 측은 다우데이타 블록딜을 위해 지난달 초부터 외국계 증권사와 절차를 진행해 왔고, 매도 일자도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이 지속되자, 김 회장은 이날 오후 늦게 긴급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다고 밝히며, 다우데이타 지분 매각대금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불법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김 회장은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 '오너리스크'에 초대형IB 인가 빨간불
김 회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당국 조사를 통해 오너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키움증권의 초대형 IB 진출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초대형 IB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뜻한다. 증권사 입장에선 사업 다각화와 장기 수익 측면에서 반드시 진출해야 할 분야로 꼽힌다.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해선 금융위로부터 내부통제와 대주주 적격성 등 일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중인 상황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 불매운동 조짐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키움증권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의 주가조작 연루설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종목토론실 등에선 '(키움증권에서) 계좌를 뺄 예정', '키움증권에서 오늘 돈 뺍니다', '개미(개인투자자)가 키웠지만 개미는 호구였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과거 개인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했다. 개인투자자 주식거래율 1위라는 타이틀은 키움증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다.
하지만 이번 하한가 사태의 영향 등으로 인해 키움증권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11거래일 연속 빠진 키움증권 주가는 지난달 중순 11만원대에서 최근 8만9천원까지 하락했다.
한편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대주주인 이머니를 주축으로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진다. 작년 말 다우데이타가 보유하고 있는 다우기술 지분율은 45.2%, 다우기술이 보유한 키움증권의 지분율은 41.2%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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