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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LG에 밀린 가전양판점…전자랜드, 업계 첫 유료 회원제로 '승부수'


창고형 할인 매장 벤치마킹해 '꼴찌 탈출' 노려…롯데하이마트, 체험형 매장 확대 주력
삼성스토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 누르고 매출 1위 등극…'비스포크'가 효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LG전자의 선전으로 점차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가전양판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매출 순위 꼴찌인 전자랜드는 대형마트들의 창고형 할인 매장 형태를 벤치마킹한 유료 회원제 점포를 앞세워 재기를 노리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가전양판점 최초로 유료 회원제 매장인 '랜드500' 작전점을 신규 오픈했다.

전자랜드가 인천시 계양구에 신규 오픈한 '랜드500' 작전점 전경 [사진=전자랜드]
전자랜드가 인천시 계양구에 신규 오픈한 '랜드500' 작전점 전경 [사진=전자랜드]

이곳은 전자랜드가 엄선한 가전제품 베스트 모델과 생활용품 500가지 상품을 파격적인 혜택으로 판매하는 매장이다. 전자랜드는 작전점을 시작으로 향후 전국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랜드500' 매장 오픈을 확대할 계획이다.

'랜드500'의 혜택은 유료회원제인 '랜드500 클럽' 가입 시 받을 수 있다. 이날부터 작전점과 온라인 전자랜드쇼핑몰에서 연회비에 따라 스탠다드 및 프리미엄 등급으로 가입이 가능하고, 기존 전자랜드 멤버십보다 최대 20배의 포인트를 더 제공한다. 또 클럽 회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회원 전용 가전을 구매 할 수 있고, 행사 모델 5대 이상 구매 시 최대 7% 추가할인도 받을 수 있다.

◆ 가전양판점, '비스포크' 등장 후 외면…롯데하이마트, 사상 첫 '적자'

전자랜드가 이처럼 나선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싣고 있는 데다 가전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 등이 겹치면서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어서다.

실제 전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7천229억5천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줄었다.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2021년 17억7천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에도 무려 109억3천200만원의 영업손실로 마감하며 적자 폭이 커진 상태다.

경쟁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8% 감소한 3조3천370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 5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롯데그룹 인수 이후 처음이다.

LG베스트샵 '부산본점' 전경 [사진=LG전자]
LG베스트샵 '부산본점' 전경 [사진=LG전자]

반면 삼성전자, LG전자가 운영하는 가전 판매 채널들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스토어(옛 삼성디지털프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3조4천462억원으로, 가전양판점 1위 자리를 지키던 롯데하이마트를 넘어섰다. 삼성스토어 매출이 롯데하이마트를 넘어선 것은 1996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LG베스트샵을 운영하고 있는 하이프라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8% 줄어든 2조6천934억원에 그쳤지만, 적자를 기록한 다른 곳들과 달리 영업이익은 무려 156.5% 증가한 160억2천300만원을 기록하며 알짜 영업을 지속했다. 업계에선 매출액도 향후 몇 년 안에 롯데하이마트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이처럼 가전양판점들이 맥을 못추게 된 시점은 삼성전자의 개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가 출시된 2019년 6월 이후부터다. 이사를 하거나 결혼을 하며 한 번에 여러 가전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그간 가전 양판점의 핵심 소비층으로 꼽혀왔지만, '비스포크'의 등장과 LG전자의 '오브제 컬렉션' 론칭 이후 하나의 브랜드로 가전제품을 통일해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며 해당 브랜드 제조업체의 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탓이다.

이는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이 휘청이기 시작한 시점과도 일치한다. 롯데하이마트의 2019년 매출은 4조265억원으로, 4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1% 급감한 1천99억원에 그쳤다. 2021년에는 매출이 3조원대로 주저앉으며 점차 매출이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양판점들이 삼성전자 '비스포크' 등 주요 제조사의 프리미엄 가전 제품 브랜드화 추세를 간과했다"며 "그 결과 상당수의 소비자들을 삼성전자판매에 빼앗긴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 온라인·백화점 사이에 낀 가전양판점…모호한 위치 '발목'

온라인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과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에 나서지 못한 점도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쿠팡·SSG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들도 가전 분야에서 취급 품목을 늘리고 있는데, 이들 역시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희망일 지정, 배송 운전사 설치, 폐가전 무료 수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온라인 구매 시 배송, 설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고객이 스스로 설치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을 선호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구매 시에도 애프터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어 오프라인 구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돼 고객들의 온라인 구매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가전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가전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오프라인 매장 간 경쟁에서도 '모호한 위치'가 발목을 잡았다. 가전 업체들의 백화점 입점 이후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가전 양판점보다 백화점을 찾고 있는 탓이다. 백화점은 카드 할인 등 주된 혜택을 가전 양판점과 비슷하게 제공하거나 상품권 지급 등의 추가 혜택을 제공하며 프리미엄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의 매출 가운데 가정 용품(전자 제품·가구 등)의 비율은 14.5%를 차지한다. 식품(9.6%), 잡화(10.5%), 여성 캐주얼(6.5%), 남성 의류(4.0%) 등보다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전양판점 자체가 카테고리 킬러에 해당해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한다고 하지만 '카테고리 킬러(특정 상품을 특화해 판매하는 전문 매장)'의 이미지가 약화되면서 차별화에 실패한 모습"이라며 "TV·냉장고·헤드폰 등 제품을 세분화해 특정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MD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창고형 할인점서 가능성 찾은 전자랜드 vs MD 경쟁력 강화 나선 하이마트

이에 전자랜드는 대형마트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창고형 할인점 점포에서 가능성을 찾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가전양판점처럼 2010년대 중후반까지 확장일로를 걷다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고 대형마트 성장이 둔화되면서 최근 들어 구조 조정 수순을 밟아 왔다. 비주력 매출 부진 점포들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점포 운영 효율성도 높이는 추세다. 반면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마트 맥스 등 유료 멤버십 기반의 창고형 할인점 점포는 성장세를 보이며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6조8천644억원에서 지난해 9조8천892억원(잠정치)으로 44% 성장했다. 2025년에는 12조4천927억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에도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는 7조7천326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연도 대비 12% 상승했다. 감염 우려로 매장 내 이동이 제한됐던 같은 기간에 대형마트는 27조4천484억원에서 26조398억원, 백화점은 30조618억원에서 27조556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유입되었던 많은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였다"며 "회원제로 운영하는 만큼 랜드500 클럽에 신규로 가입하는 회원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23호점인 '메가스토어 동탄호수공원점'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23호점인 '메가스토어 동탄호수공원점' 전경 [사진=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는 MD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전략을 수익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강화로 나눴는데 두 가지 모두 핵심에 '상품'이 있다. 수익 개선을 위해 기존점의 상품 라인업을 개편할 계획으로, 올해부터 새롭게 구성한 상품을 테스트한다는 방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취급 브랜드 수를 2020년 600여 개에서 올해 1천300여 개까지 확대했다. MZ세대의 선택을 받으며 최근 인기를 얻는 헤드셋도 브랜드 취급 수를 100개로 늘렸다.

또 상권별 최적의 MD 구성을 위해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전문 운영 조직 '상품운영 부문'을 신설했다. 이곳은 대표이사 직속 팀으로 고객의 니즈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소싱하는 등 적극적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해 자체 브랜드(PB) 육성 전략도 재설계한다. PB 이미지를 재설정하고 상품 운영과 애프터서비스 강화로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특성을 살린 점포는 적극적으로 키울 예정으로, 2020년 처음 선보인 체험형 매장 '메가스토어'가 대표적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메가스토어는 매장 내 카페·캠핑존·1인 미디어존·인테리어존 등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모아 놓은 것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계속 체험형 매장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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