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여의도 안팎에서 공천을 둘러싼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오영환 의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다시 '86용퇴론'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중진 등 일부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전면적인 세대교체는 어렵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앞서 오 의원은 지난 10일 예고에 없던 깜짝 불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에서는 일찍이 우상호 의원, 송영길 전 대표, 김진표 국회의장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현역 의원 중 '조건 없는 정계 은퇴'를 표명한 건 오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저의 사명인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을 향해 "책임져야 할 이가 책임지지 않고,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한다"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오 의원은 21대 총선을 통해 처음 국회에 입성한 청년 초선 의원이다.
민주당에서는 오 의원의 은퇴 선언을 계기로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용퇴론'을 비롯한 세대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김종민 의원, 송영길 전 대표 등이 대선 승리를 위해 내세웠던 주장이나, 민주당이 대선과 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후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 공천TF를 통해 청년 후보자에 대한 단수 공천 우대를 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다시 인적쇄신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공천)TF 안팎으로 총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청년·여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우대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론이 불거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미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안정적인 경쟁을 보장하고 있다"며 "당원과 국민의 선택에 맡길 일이지 억지로 물갈이(세대교체)하면 역효과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 초선 정치인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일도 많지 않느냐"며 "특정(86) 세대에 비해 청년이 낫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경선 실시, 전략공천 최소화, 신인·청년·여성 배려 등의 내용이 골자다.
공천과는 별도로 민주당 86세대의 원 입지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내 2인자에 해당하는 원내대표 차기 후보군 중 박광온·김두관 의원을 제외한 이원욱(62년생)·홍익표(67년생)·안규백(61년생)·윤관석(60년생) 의원 모두 86세대다. 원내대표직의 특성상 안정과 경륜이 우선 고려되기에 당내 다선(多選) 의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86세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수(選數)에 따라 발언권이 달라지는 국회 특성상 86세대의 영향력은 아직 건재하다"며 "전면적인 세대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민주당 청년 의원은 "오 의원도 청년 초선 의원으로서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데 많은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공천뿐 아니라 청년 정치인들이 재선, 3선을 거쳐 안정적인 정치경력을 쌓게 하는 방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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