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움직임에 자동차 업계가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 목표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규제안이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띨 것인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10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PA의 규제안은 전기차 판매 규모와 비중을 명시하는 대신 2027~2032년 총 판매 차량의 탄소 배출 한도를 엄격히 제한해 2032년 전체 차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는 것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판매 대수와 주행 거리에 비례해 과징금을 물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5.8%이고,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3.9%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면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도 처음 시작한 상황이지만, 2032년까지 10년 내에 전기차 판매 비중을 67%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8%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는 지난 5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경영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치를 47%로 잡았다. 이것도 1년 전 내세웠던 2030년 목표보다 30%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미국 언론도 EPA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과 조립라인을 개조하는 중이지만,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NYT도 "미국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목표치는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모든 주요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생산 설비에 투자했지만, 이 같은 규모에 부합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EPA의 규제는 IRA에 이어 완성차 업체들에 새로운 족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해 왔던 업체들이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며 "충전 인프라 등이 10년 내에 완벽하게 확충될 수 없음에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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