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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타강사' 이지영·현우진을 향한 관심이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드라마 '일타스캔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수학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은 메가스터디 현우진 강사를 롤모델로 삼아 만들어진 이야기다. 실제 드라마 자문에도 꽤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수능 사회 선택과목(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을 가르치는 이지영 강사에 대한 방송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최근 사회 선택과목(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을 가르치는 이지영 강사에 대한 방송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사진은 이지영 강사가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사진=MBC]
최근 사회 선택과목(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을 가르치는 이지영 강사에 대한 방송사들의 관심은 뜨겁다. 사진은 이지영 강사가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사진=MBC]

이지영 씨는 가수 탁재훈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노빠구 탁재훈'(지난해 12월1일)에 출연해 46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100억대 연봉 일타강사 이지영'이라는 제목으로 노출된 이 콘텐츠에 댓글만 3천100개였다. 최근에는 SBS '미운우리새끼'(3월5일) MBC '라디오스타'(3월29일)에 연달아 출연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이 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은 1차적으로 그가 가진 재력과 성공 스토리 때문이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그가 가진 재력은 물론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링으로 머리와 옷을 바꿔가는 세심함은 인기를 얻기에 충분하다. 새벽에 일어나 연예인과 같은 일정으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준비하는 부지런함은 공교육 선생님들이 감히 따라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밑바닥 '흙수저'에서 '펜트하우스'까지 올라간 그의 생존스토리는 학생들의 워너비가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서울대를 들어가기 위해 포크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공부를 하거나 커피를 통째 씹어먹었다는 이야기는 공부 잘하는 선배로부터 구전되던 그런 이야기 중 하나다.

메가스터디 대표 수학강사 현우진 씨가 "이건 굉장히 하층민 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해도 이런 언어의 위험성보단 그가 말하고자 한 바에 의미 부여를 하고자 한다. [사진=유튜브=메가스터디]
메가스터디 대표 수학강사 현우진 씨가 "이건 굉장히 하층민 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해도 이런 언어의 위험성보단 그가 말하고자 한 바에 의미 부여를 하고자 한다. [사진=유튜브=메가스터디]

'일타강사'들이 수업 중에 수업을 잠시 끊고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나 공부 방법, 마음가짐 등을 풀어놓는 이야기는 인터넷강의 회사에서조차 따로 콘텐츠를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숏츠로 편집돼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킬링 타임으로 소비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때문에 메가스터디 대표 수학강사 현우진 씨가 "이건 굉장히 하층민 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해도 이런 언어의 위험성보단 그가 말하고자 한 바에 의미 부여를 하고자 한다.

기자수첩 이미지.[그래픽=아이뉴스24 DB]
기자수첩 이미지.[그래픽=아이뉴스24 DB]

교육학에서는 이런 인식의 기반에 철저하게 능력주의(meritocracy)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출신이나 가문 등이 아닌 능력이나 실적, 즉 메리트(merit)에 따라서 지위나 보수가 결정되는 사회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강사 역시 이런 '능력주의'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능력주의가 강화될 경우 학자들은 사회가 보수적(conservative)로 흐를 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이종재 서울대 교수가 쓴 '사교육 현상에 대한 세계적 동향 분석'(2008) 논문에 따르면 사회가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이 업적주의 사회(meritocracy)를 구현하는 중요한 사회적 선별장치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공교육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배분하는 주요 선별 기제로 발전해 왔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학교졸업장을 포함하는 학력과 사회적 가치와 지위의 배분 간의 긴밀한 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학력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유발하면서 입학 전형이 시험에 의존하게 될 경우에 이 시험은 고부담 시험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한 경쟁은 고부담 시험에서의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경쟁 메커니즘이 사교육에 대한 제도적 수요를 결정하고, 시험에 의하여 선별을 할 경우에 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pexels]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한 경쟁은 고부담 시험에서의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경쟁 메커니즘이 사교육에 대한 제도적 수요를 결정하고, 시험에 의하여 선별을 할 경우에 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pexels]

즉 한국사회에는 '수능'이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한 경쟁으로 점철돼 왔고 고부담 시험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 메커니즘이 사교육에 대한 제도적 수요를 결정하고, 시험에 의해 선별을 할 경우에 시험 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논문이 나온지 15년이 지났다. '일타강사'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26조원)를 경신했다. 그동안 입시 체계의 경직성은 더욱 단단해졌고,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해보면 이런 '일타강사'의 사회적 신드롬 현상은 이들 강사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한국 사회의 입시 전형이 획일화 돼 있고, 수능 제도 자체가 '고부담 시험' 경쟁으로 점철 돼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입시제도가 수시와 정시의 비율 조정으로 지난 십수년 간 논쟁을 벌이며 여기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천착해야 하는 것은 이런 입시제도의 경직성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의 여부다. 의대 집중 현상은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치부하더라도,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EBS만 닥달해서 사교육 잡으라는 식의 논리는 곤란하다. 이주호 교육부장관(부총리)를 중심으로 입시 제도의 개편안이 하루 속히 나와야하는 이유는 바로 '일타강사'들의 시들지 않는 인기 때문이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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