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였던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사고로 검찰 조사를 받던 삼표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지자 재계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과잉입법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평가하며 모호하게 규정된 처벌 범위를 하루 빨리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홍용화)는 정 회장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를 정도원 회장으로 봤다.
이를 두고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고 기업의 대표가 아닌 그룹 회장을 직접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주체로 판단해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이 대표이사만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기소했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기소된 11건 모두 대표이사를 중처법위반죄로 기소했다.
경총 관계자는 "현행 중처법상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는 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주로 CSO)"이라며 "회장이 그룹사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핵심 사항에 대해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룹사 개별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그룹 회장 기소는 현행 중처법의 경영책임자 개념(정의)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중처법 의무주체를 확대·해석해 적용한 기소로 보인다"며 "경영계는 향후 경영책임자 대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중처법 개정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도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오너까지 기소하는 것이 향후 수사 및 처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책임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처벌대상이 어디까지 갈 지 가늠이 안 됐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까지 포함해 대상이 수십 만명에 달하는데, 앞으로 한 명이라도 사고가 난다면 처벌대상이 오너까지 확대 적용된다는 의미"라며 "(법이) 과도하게 징벌적이고 여론재판적 성격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고용노동부가 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데, 이런 사안을 감안해서 하루 빨리 범주를 명확하게 해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검찰의 이번 조치가 외국자본을 포함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결과적으로 노동약자들의 채용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처벌중심인 중대재해법을 예방중심으로 보완하는 입법이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대한상의가 지난 2월 9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웨비나에 참여한 5인 이상 29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보완이 시급한 규정으로 '고의, 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규정 신설(6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보건확보의무 구체화(57.6%)', '원청 책임범위 등 규정 명확화(54.5%)', '근로자 법적 준수의무 부과(42.8%)' 등의 순이었다.
최근 경총이 50인 이상 기업 1천1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기업규제 전망조사' 결과에서도 기업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는 중대재해법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많은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며 "현장의 과도한 불안함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법 제정 취지를 살리려면 사업주 처벌 수준을 완화하고 의무사항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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