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외부 감사가 선임됐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대주주의 사조직과 다름없다고 알려진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이 9년 동안 감사를 맡아왔다. 이번 주총에서 제3의 인물이 감사로 선임되며 홍원식 회장 일가가 좌지우지하던 경영 전반에 견제를 하며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까지 가게 된 홍 회장 일가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까지 겹치며 남양유업 오너가의 미래는 살얼음판 위에 놓인 형국이 됐다.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주식 양도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에 불복해 3월 초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남양유업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남양유업과 차파트너스 측 변호사가 진행한 위임장 대조 작업이 길어지면서 50분가량 지연됐다.
이날 표 대결로 주목받은 안건은 감사 선임의 건이다. 회사 측은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감사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를 각각 감사 후보에 올렸다.
이날 투표 결과 찬성 12만표, 반대 4만표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심 변호사가 감사로 선임됐다. 사측이 내세운 심 상근감사 연임 건은 부결됐다. 감사 선임에 있어서 차파트너스가 완승한 셈이다. 길어지는 경영권 분쟁, 오너 리스크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에 피로감을 느낀 일반 주주들이 차파트너스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른 의안들에서는 홍 회장이 가진 지분의 힘을 넘지 못했다. 현재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이 보유한 지분 51.68%를 포함해 오너 일가 지분율이 53.08%에 달한다. 차파트너스의 지분율은 3.07%다.
회사의 뜻에 따라 보통주 1주당 1천원, 우선주 1주당 1천50원 배당으로 결정됐다. 홍원식 회장의 첫째 아들 홍진석 경영혁신추진단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도 통과됐다. 이외에 제59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보통주 1주당 2만원, 우선주 1주당 2만50원 배당 ▲액면가 5천원에서 1천원으로 액면분할 ▲일반 주주 지분의 50% 주당 82만원에 공개 매수(자기 주식 취득의 건) ▲심혜섭 변호사 감사 선임 등의 4가지 주주 제안을 했다.
심 변호사의 감사 선임은 '3%룰' 덕분에 가능했다. 통상 주총에서 안건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때 지분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가 이길 확률이 높은데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외부 감사가 선임되면서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 일가의 경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주요 경영 사항 등에 있어서 외부에서 영입된 심 변호사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파트너스는 감사 선임을 계기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장은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감사 선임을 제외한 안건들은 홍원식 회장이 반대하면서 다 부결됐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회사가 입은 피해와 주주 가치가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신임 감사는 "회사의 기본적인 문제가 홍 회장과 남양유업이 사실상 일체화되면서 홍 회장의 구설수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것"이라며 "남양유업은 모든 주주들의 회사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한 건을 제외한 나머지 의안은 홍 회장이 원하는 대로 가결되면서 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주주들도 있었다.
50대 주주 A씨는 "감사 선임을 제외하고는 다 홍원식 회장이 의도한 대로 됐다"며 "주주를 도외시하고 본인들 이익만 챙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주주 B씨 역시 "매년 7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등 기업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는데 홍 회장은 주식회사를 본인만의 회사로 아는 것 같다"며 "임금 삭감은커녕 본인 아들을 사내이사에 앉히는 모습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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