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제도적 기반인 '전송요구권' 도입을 둘러싸고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하위규정에 이목이 쏠린다.
전송대상 정보와 전송의무자 범위, 침해사고 책임 소재 등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위법령 마련 여부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논란이 새로운 양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높다.
◆ 플랫폼 기업 "기술기준 큰 틀에서…유연성 중요"
지난 16일 오후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에서 열린 보호법 개정안 관련 산업계 간담회에서 양청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시행령‧고시는 함께 개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4~5월 공개할 예정"이라며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가 현장에 정착돼야 하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하위법령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란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본인이 내려받아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정보주체가 A 기업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B 기업으로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데이터 3법 통과로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행된 이후 '신용정보의 이용‧보호에 관한 법률'에 개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이 도입된 바 있다. 마이데이터를 IT·교육·유통 등의 분야로 확대해야 하는데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전송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온라인쇼핑협회를 비롯해 온라인플랫폼 16개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이 개인정보 전송에 필요한 기반을 갖추는데 필요한 시간‧비용을 충분히 고려해줄 것과 시행령에서 규정될 기술기준에 대해 좀 더 유연한 방향을 요구했다.
오지원 구글 디렉터는 "현재 IT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자칫 제도가 발목을 잡을까 봐 우려된다"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고민 중인 부분이므로 제도를 만들 때 명확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인 넥슨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는 "시행령과 고시에서 구체적인 수준의 기술기준을 마련할 텐데 기업이 좀 더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했다. 허욱 메타 부사장도 "데이터 전송 관련 과도하게 구체적인 수준에서 규정들이 마련될 경우 현재 기술 발전 속도와 발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큰 틀에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은 마이데이터의 본질과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카카오 부사장은 "마이데이터 확대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막대한 비용이 소모될 것"이라며 "금융권 사례를 점검하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데이터가 전송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이진규 네이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마이데이터처럼 데이터 유통을 전제로 한 서비스도 있지만 데이터 유통 없이도 서비스 창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후자에 관심이 있는 사업자도 많은데 인공지능(AI)을 이길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무엇인지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침해사고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우 인터파크 CPO는 "개인정보 전송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쪽 책임인지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며 "유출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마이데이터 확대 우려"
앞서 열렸던 시민단체 간담회에서도 전송요구권이 도마에 올랐다. 하위규정 마련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산업계와 궤를 같이했다. 신민수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정보주체가 전송방법, 데이터 활용 용도 등을 제대로 인지하고 데이터 전송을 요구할지도 의문"이라며 "시행령에서 소비자 인지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위원은 "시민사회는 전송요구권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마이데이터 확대에 우려는 표하는 것"이라며 "의료 데이터 등 좀 더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전송요구권보다 좀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소비자 편익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며 "개인에 일정 부분 이익을 돌려주는 등 데이터 활용이 공공의 이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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