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전국에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새롭게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산업 등을 집중 육성키로 하자 국내외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선 '기술 패권 승리'를 위해 한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평가하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이날 진행된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반도체(340조원), 디스플레이(62조원), 이차전지(39조원), 바이오(13조원), 미래차(95조원), 로봇(1조7천억원) 등 6대 첨단산업에 걸쳐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의 민간 주도 투자를 유도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또 정부는 용인을 포함해 총 1천200만평(4천76만㎡) 규모 부지에 산단을 조성해 전국에 첨단산업 생산거점을 고르게 확보하고 기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정부에서 지정한 산단 중 최대 규모다.
특히 용인 산단 후보지는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과 연결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년간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를 투자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용인 부지에 첨단 반도체 제조라인 5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적으로는 '국가산단 지정'이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대형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글로벌 '클러스터 구축'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초석을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는 '국가산단 지정'이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대형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라는 평가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윤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재계에선 미국, 중국, EU,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확대하기 위해 '민관(民官)'이 손을 맞잡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위기감을 표명해 왔는데 정부가 이에 공감하고 발 맞춰 나선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 발언에서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상황에 대해 '전쟁터'라고 표현하며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이 약진할 경우 반도체 산업에 기반한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 추락은 물론 경제와 안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사활적 이해가 걸린 국가 어젠다라는 판단 하에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반도체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에 담긴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의 확실한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결합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정책은 가혹한 경쟁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담긴 것"이라며 "이번 일은 관과 민이 가진 가능성의 최대한을 이끌어 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한 단 계 더 도약키기 위한 전략적 정책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와 대기업들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거대한 내수시장, 대한민국 보다 한세기 이상 빠른 산업화 경험에 기반한 축적된 노하우 등으로 무장한 국가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기업들만 홀로 뛰게 해서는 안된다, 세계 최고를 향해 정부도 함께 뛰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이번에 전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주요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반도체 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역량과 기술은 갖췄지만 정부의 지원과 규제 여건 측면에서는 경쟁국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이번 발표는 민간 주도의 역동적 혁신 성장을 위한 민과 관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반도체 산업 도약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윤 대통령의 이번 결단을 두고 높게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4천220억 불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가장 공격적 노력"이라며 "이런 조치는 삼성전자가 서울 외곽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향후 20년간 약 300조원을 투자하도록 발동을 걸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의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를 리드하겠다는 한국의 야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블룸버그는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이 배터리,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각국은 자국에 최첨단 제조 시설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이날 함께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니케이는 이날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반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의식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자국 내 거액 투자를 단행한다고 보도했다.
니케이는 "삼성은 미국에서도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첨단 공장을 자국에서 운영하는 한편, 미국에서도 일정한 양산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 저감을 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니케이는 TSMC와 최첨단 기술을 경쟁하고 있는 삼성이 (이번 투자계획 발표로) 생산 규모 확대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주력하며 TSMC에 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케이는 "삼성이 국내에서 장기 투자계획을 밝힘으로써 반도체 장비와 소재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로닉 등 세계적 장비 업체들이 한국에서 거점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삼성의 투자 발표에 더 집중했다.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육성 노력에 부응해 삼성이 2042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에 300조원을 투자하기 위해 나섰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전략 하에서 한국 정부가 발표한 550조원 투자에서 삼성의 반도체 투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한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고,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은 현재 TSMC와 인텔이 주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공급망 안정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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