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문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빗발치고 있어요. 파리만 날리던 몇달 전과 비교됩니다. 20년째 추진위 상태에 머무르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였는데, 분양가도 산정돼 발표되고 조합설립이 곧 임박해지면서 자금여력이 되거나 기존 아파트를 팔고 은마를 지금 살 수 있는 분들 위주로 문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최대어 은마아파트의 일반 분양가가 일단락되고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이 임박해지며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분위기가 뜨겁다. 강남구청은 지난 9일 은마아파트 추정분담금 검증위원회를 열고 일반분양가를 3.3㎡당 7천700만원에서 7천100만원으로 조정했다.
대출 금리 인하 및 공시지가 하락을 반영한 결과다. 분양가가 소폭 낮아졌다고 해도,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3.3㎡당 5천669만원)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조정으로 전용 면적 84㎡ 분양가는 약 26억원에서 약 24억원으로, 59㎡ 분양가는 약 19억원에서 17억원 중반대로 낮아진다. 단지는 28개 동, 4천424가구에서 33개 동, 5천778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올해로 준공 44년 차인 은마아파트는 추진위가 꾸려진 지 19년 만인 지난해 10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다만, 부동산 시황이 바닥을 치고 상가 소유주와의 이견 조율,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GTX C노선 구간 갈등이 남아 거래 건수나 가격에서 반등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조정된 분양가안이 발표되고, 본격적으로 조합설립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비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이달 3일 22억8천만원(10층)에 거래됐다. 올해 거래된 매물 중 가장 고점에 팔렸다. 올해 1~2월에는 동일면적대 매물 6건이 21억3천만원(1층)~22억7천5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현재 동일면적대 호가는 24억원대다. 지난해 하반기 21억대까지 내려갔으나, 최고 27억원대 까지 거래되던 같은 해 상반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는 최근 강남구 내 추정분담금 검증위원회가 산정한 전용 84㎡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인데, 시세차익 10억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었던 래미안원베일리와 같이 재건축 기대감이 사업속도와 맞물리면서 호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B부동산 대표는 "추정 분양가가 발표되고, 조합설립이 임박해지자 문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빗발치고 있다. 퇴근하고도 오겠다는 손님들이 있어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연 곳도 많다"며 "이달 초 22억대에 거래됐지만, 지금 최소 24억은 줘야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됐는데, 이제 앞으로 단계를 넘을 때마다 가격이 오를 일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며 "실거주 요건이 폐지되고 매수와 매도가 쉬워,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점도 거래엔 긍정적이라 예비 매수자들이 이전보다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집값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고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보이는 지금이 매수 적기"라며 "아직 시간은 더 소요되겠지만 향후 가치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결정이다. 현재 실계약을 목전에 둔 건수도 여럿 된다"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가 자리 잡은 강남구 대치동은 명문 학군인 강남 8학군이 밀집돼 있고, 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학원가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 역세권 입지에, 강남 중심업무지구와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정 분양가가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추정 분양가가 비슷한 수준에서 변동될 가능성은 있으나, 분양가가 최근 소폭 하향 조정되고 조합설립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된 만큼 매수자들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층수 상향 방안, 재초환 부담금, 상가 조합원과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추진위가 올 상반기 조합설립인가, 내년 5월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내고, 2025년 3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여름 이주 절차까지 속전속결로 마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다시 은마아파트가 시장 내에서 관심 대상 앞순위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이번 결정을 토대로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부과 규모 산정 결과를 통보하고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는 등의 후속 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추진위는 재건축 아파트 층수를 35층에서 50층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조합원 분담금 등은 추가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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