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재고자산이 시장 불황 여파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구매비용도 각각 100조원, 10조원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가 얼어붙은 탓에 재고자산이 급증한 데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여파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 때문에 고스란히 비용 압박으로 전가되는 이중고가 심화된 모습이다.
10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고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1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15조6천647억700만원으로, 1년 사이에 75%나 늘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은 125억5천4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246억9천만 달러 대비 49% 감소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D램 업계 매출도 122억8천1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분기 250억3천500만 달러 대비 50.9% 줄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재고로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재고 자산은 52조1천878억원으로 1년 사이에 20.7%(10조8천34억원)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어 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 재고는 심각한 상태다. 2021년 말 16조4천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천25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1월 재고량은 한 달 사이 28%나 늘었다. 같은 달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이후 약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재고 소진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뎌 제품 가격의 추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많은 D램 업체가 웨이퍼 투입량을 줄였지만, 올해 1분기 감산 효과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며 "D램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바닥을 치고, 재고 압력을 완화하려면 더 큰 감산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탓에 시장에선 각 업체들이 올 상반기에 공급 조절에 나설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의 D램 팹(공장) 가동률은 올해 1분기 92%에서 2분기쯤 82%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 상태다. 최대 투입 가능한 웨이퍼 물량에서 20%가량을 덜 투입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메모리 생산라인은 지난해 3분기까지 수년간 가동률 100%를 유지해왔다.
세계 D램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에 나서지 않았으나, 생산라인 최적화(장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라인 최적화의 경우 가동률에는 영향이 없지만 사실상 투입되는 웨이퍼가 줄어 생산량이 감소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간접적 감산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D램 공급량은 9%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세계 D램 공급이 4%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램 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상반기까지 생산량의 15~20%를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전히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모든 메모리 생산 업체가 감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원자재 가격마저 올라 비용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원재료, 저장품 및 소모품 사용비는 11조1천509억7천600만원으로, 1년 새 35.3%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원재료 구매 비용은 지난 2017년 4조2천57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 5조6천593억원, 2019년 6조7천467억원, 2020년 7조6천491억원, 2021년 8조2천432억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조원을 넘어 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원재료 구입 비용도 급증한 여파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원재료 구매비용이 100조원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원재료·상품 매입액은 총 112조59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원재료 구매 비용은 지난 10년간 70조~80조원 수준이었는데, 2021년 90조원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엔 무려 11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전망도 어둡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적자는 3조원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에선 1분기에 1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경우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 수준은 바닥을 찍을 것 같다"며 "상반기 내에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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