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화제작을 낳은 넷플릭스가 게임도 서비스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OTT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넷플릭스지만 게임 쪽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로그인도 오로지 넷플릭스 계정만 허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SNS 계정을 통한 로그인을 지원하는 여타 게임에 비해 폐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은 확실히 대중적인 재미보다는 실험적인 게임이 많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출시된 '켄터키 루트 제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치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과 오프닝이 인상적인 이 게임은 인디 개발사 카드보드컴퓨터가 만들었다.
켄터키 루트 제로는 넷플릭스가 첫 출시 플랫폼은 아니다. 이 게임은 10년전인 2013년 출시된 어드벤처 게임으로 수년에 걸쳐 신규 액트가 출시되면서 스토리가 확장됐고 최종막인 5막이 2020년 추가되면서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PC와 콘솔 등에서 플레이할 수 있던 게임인데 이번에 넷플릭스까지 확장된 것이다.
켄터키 루트 제로는 곳곳에서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임이다. 시종일관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와 유령을 보는 듯한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득하다. 이용자는 화면을 터치해 주인공을 조작하며 퍼즐 요소를 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이 게임은 최신 모바일 게임, 그것도 한국형 게임에 익숙한 엄지족이라면 태반이 5분을 채 넘기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편이다. 게임 내 대사를 '스킵'하기 바쁜 '효율족'은 절대 이 게임을 즐기는 게 불가능하다. 다른 NPC들과 나누는 대사를 통해 단서를 찾고 다음에 해야할 일을 유추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친절하다는 의미다.
가령 극초반부 무대인 '에쿠스 주유소' 지하실에서 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30분은 넘게 헤맸을 정도였다. 보통은 초반부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려주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그런 거 없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꼼꼼히 대사들을 읽은 후에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에쿠스 주유소를 떠나 다음 마을로 이동할 때에도 자동 이동 따위는 없다. NPC들이 일러준 힌트를 조합해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게임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한국형 모바일 게임의 상식을 모조리 걷어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난해하지만 다만 화면 내 주어지는 단서들을 빠짐없이 살피고 유추해 퍼즐을 푸는 묘미는 확실히 있었다. 오랫동안 헤딩하다 마침내 장애물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도 큰 편이다. 이처럼 켄터키 루트 제로는 미스터리물과 머리를 쓰는 퍼즐 요소를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좋은 장난감이 될듯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역스러운 게임일 수밖에 없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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