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각 구단 사령탑은 공식 경기에서 정장을 착용해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 코치, 트레이너, 의무, 통역 등은 정장 또는 비즈니스 캐주얼 또는 동일한 디자인과 색상의 트레이닝복을 착용해야 한다'로 규정이 완화됐다.
규정 변경으로 남자부 대부분의 사령탑은 선수단 트레이닝복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올 시즌 한국전력의 지휘봉을 잡은 권영민 감독만 모든 경기에 정장을 고수하고 있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도 트레이닝복으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그러다 11월 23일 처음으로 정장을 착용했다. 당시 상대는 한국전력. OK금융그룹은 이 경기를 3-1로 이겼다.
석 감독은 3달 만에 다시 정장을 꺼냈다. 한국전력을 잡았던 그 기운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이 선택은 또다시 승리를 불러오는 기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OK금융그룹은 1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도드람 2022-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홈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1 25-21 22-25 16-25 15-13)로 이겼다.
비록 승리에도 5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4위 우리카드(승점 41)과 승점 차를 지우면서 봄 배구 경쟁에 불을 지폈다.
석 감독은 옷을 만지며 "(정장)효과가 있었다. 계속 입어야 할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3세트 플로터 서브에 흔들리며 연속 실점을 했다. 그 부분이 아쉽다. 4세트는 한국전력이 너무 잘했다"라며 "위기는 모든 팀에 찾아오지만 그 부분을 빨리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OK금융그룹은 5세트 11-13으로 끌려가며 패배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상대 범실과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백어택으로 13-13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에는 베테랑 미들 블로커 진상헌의 높이가 빛났다. 진상헌은 한국전력 에이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의 공격을 연거푸 차단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석 감독의 계산이 제대로 적중한 장면이다. 그는 "상대 서브 리시브가 잘 되더라도 속공을 버리고 타이스를 막으라고 했다. 12점대부터 그렇게 준비했다"라며 "진상헌이 베테랑이라 잘 읽고, 타이밍을 잘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인 11개의 서브를 기록한 레오에 대해서는 "공격보다 서브를 더 잘 때린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서브 토스를 찾은 이후 서브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라며 "서브에 대해서는 크게 주문하는 부분이 없다. 오히려 연습 때 너무 많이 때리면 그만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3~5위가 승점 1로 붙어있는 피 말리는 상황. 한 경기 한 경기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긴박한 순간이다.
석 감독은 이런 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순위 싸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는 이래야 한다. 팽팽하게 해야지 선수들도 긴장감 속에서 준비도 잘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것도 즐겨야 한다. 즐기지 못하면 부담감 속에서 힘들고 괴로운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선수가 힘들겠지만, 이 상황을 즐기면서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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