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진출을 늘려 시중은행의 여·수신 과점체제를 경쟁 체제로 개편하기로 한 것을 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소관 업무를 금융감독원장이 감 놔라 배 놔라 한 상황인 데다, 금융산업 및 시장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공성 확대에만 꽂혀, 사실상 헛발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과점체제를 경쟁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건 맞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최근 은행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1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며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의 공공성을 확대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고금리 대책을 주문했고, 이 원장은 은행의 과점 체제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이나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 확대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산업간 경쟁 촉진이 필요해 은행 신설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챌린저 은행'을 도입했다. 현재 단일 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할 경우 5대 은행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복안이다.
금융권에선 이를 두고 이 원장이 선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업과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는 금융위원회 소관의 업무다. 그런데 금감원이 금융위를 젖히고 자체 검토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금융위는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지배구조 전문가로 통하는 김용재 금융위 상임위원과 변제호 금융정책과장 등 실무진이 오는 16일부터 약 일주일간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등을 출장 가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출장 팀의 주요 목표는 해외 금융회사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하고 있다.
이 출장팀에 은행업 인허가와 관련한 추가 내용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설사 추가됐더라도 금감원장이 얘기할 건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련 업무는 금융위 소관인데 금감원이 주관한다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감독당국 출신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도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데, 이 원장은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검사로 일했던 방식을 금융에 적용하며 칼을 휘두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경험했기에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인데, 이렇게 강압적인 방식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를 선행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은행권에선 경쟁 체제로 개편한다고 해도 현재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가 일순간에 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경쟁 체제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 몇 개 더 만든다고 과점 체제가 곧바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현재의 빅4, 빅5의 경쟁 체제는 은행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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