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레인콤이 또 한번 '쏘리(sorry) 소니'를 외칠 수 있을까'
지금껏 국내에서 게임기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삼성전자 같은 거인도 쉽게 게임기 시장 도전에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플랫폼 홀더(게임기 제조사)라는 것이 하드웨어만 만들어 공급하면 끝나는 비즈니스가 결코 아니다.
승패의 관건은 게임 콘텐츠 확보에 달려 있다. 콘텐츠가 부실하면 게임기 사업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수한 게임사를 연합세력으로 끌어 온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로 아니다.
PC 시장을 쥐락펴락해온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수년전 비디오 게임기 시장 진출을 첫 선언할 때, 정작 주요 게임 개발사 중에는 이를 믿고 따라 온 곳은 거의 없었다.
게임 개발사로 하여금 해당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홀더는 오랫 동안 인내심을 갖고 충분한 수의 게임기 보급과 콘텐츠 확보, 엄청난 마케팅 등의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MS도 이 같은 노력을 일관되게 수년간 하고 나서야, 비로서 이제 서서히 게임사의 마음을 얻어가고 있다.
아마도 국내 대기업이 게임기 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해 온 것도 이 같은 가시밭길 때문일 것이다.
그결과, 우리는 소니, 닌텐도, MS 등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구도를 손놓고 구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또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으로 국내 게임 산업은 세계 주류 시장인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밀려나, 온라인 게임 시장에 쏠려 있는 편중된 구조를 좀처럼 벗어날 계기를 만들지 못해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레인콤이 플랫폼 홀더에 도전하겠다고 과감히 결심한 것이어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레드오션으로 변해 버린 MP3 기기 사업 구도를 탈피해 비록 진입장벽은 높지만 블루오션인 휴대 게임기 시장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레인콤은 수년전 MP3 CD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하면서 '미안해! 소니'라는 광고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당사자인 소니는 MP3 기기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 광고 카피는 공허했다.
하지만, 이번 도전은 다르다. 레인콤이 소니의 심장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번이야 말로 레인콤이 진정 '쏘리, 소니' 구호를 힘껏 외칠 수 있는 기회다.
레임콤의 도전이 결코 무모할 것 같지는 않다.
MP3 기기 시장에서 그 저력을 보여 주었듯, 레인콤은 나름대로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
레인콤은 일단 우리나라가 압도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등에 업는 휴대 게임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소니, 닌텐도 등이 비디오 게임 시장을 등에 업은 채 휴대 게임기 사업을 하는 것과는 또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하지만, 그 속뜻을 읽으면 더욱 다르다.
휴대 게임기에 얹기 적합한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온라인 게임들을 보면 이미 대부분이 부분 유료화를 따르고 있다.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되, 아이템을 유료로 팔아 돈을 번다.
때문에 레인콤이 온라인 게임과 유무선 연동이 되는 휴대 게임기를 만들겠다는 속뜻은 무료로 콘텐츠를 보급함으로써, 휴대 게임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산이 담겨 있다.
기존 휴대 게임기는 수만원을 주고 게임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레인콤은 무선 초고속 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 기술을 적용한 단말기를 개발해 왔다.
내년 상용화될 와이브로로 PC와 휴대 게임기를 무선으로 묶은 뒤 PC 플랫폼에 붙박여 있는 온라인 게임을 휴대 게임기로 이어주는 가교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에 시제품을 첫 출시하면 '와이브로 게임기 세계 최초 개발' 타이틀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3D 게임폰용 콘텐츠와의 호환성을 가능케 한다면 콘텐츠 확보 문제는 좀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인콤의 '쏘리, 소니' 구호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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