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트레이드 효과를 보는 것일까.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가 선두 대한항공 발목을 잡아챘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대한항공과 원정 경기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1, 2세트를 연달아 내주고 끌려가다 3~5세트를 내리 따내며 거둔 짜릿한 뒤집기 승리다.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로 올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3연승을 기록했다. 앞서 3라운드에서 3연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막아선 대한항공(12월 29일 2-3 패)에게 제대로 설욕했다.
이날 역전승 주역에는 '주포' 이크바이리(리비아)와 김정호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두 선수는 53점을 합작하며 화력 대결에서 대한항공에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크바이리와 김정호에게 패스(토스)를 보내 팀 공격을 세팅한 세터 이호건도 수훈갑으로 평가된다.
이호건은 올 시즌 도중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당초 주전 세터는 노재욱으로 낙점됐다. 그러나 노재욱이 컨디션 문제와 부상 등으로 주춤하자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이호건을 코트로 먼저 내보내기로 했다. 이크바이리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손발이 더 잘맞는 이호건을 선택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여전히 패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지난 4라운드부터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3연승을 거둔 팀은 중위권 순위 경쟁 중인 우리카드 그리고 1위 수성을 해야하는 대한항공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팀들을 상대로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린 셈.
이호건도 대한항공전 승리가 남다르다. 그는 "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유는 있다. 이호건은 "내가 가장 흔들린 경기였다"며 "패스를 보낸 공이 한 두개씩 멀거나 또는 짧게 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동료들이 잘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선발 세터로는 오랜만이다. 이호건은 영생고와 인하대를 나와 지난 2017-1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한국전력에 지명돼 V리그에 데뷔했다.
신인 시절 주전 세터로 나온 뒤 오랜만에 다시 그 자리를 맡고 있다. 그는 "예전보다는 좀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호건은 지난 2019-20시즌 종료 이적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화재에서 한국전력으로 팀을 옮긴 박철우의 FA 보상 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삼성화재에 머문 기간은 짧았다.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트레이드
카드에 포함돼 팀을 옮겼다.
그러나 삼성화재와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두팀은 트레이드를 다시 실시했고 이호건은 다시 한 번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게됐다.
그는 "솔직히 지난 시즌까지 속공 비중을 높이는데 대해 부담이 있었다"며 "그런데 삼성화재로 온 뒤 김상우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믿음을 주고 있어 부담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얘기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 이현승(세터)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되는 미들 블로커 김준우도 "시즌을 준비하면서 속공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호건이 형을 믿고 뛰고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호건과 함께 최근 연승을 거둔 원동력 중 하나는 리베로 이상욱의 힘도 크다. 이상욱도 이호건, 베테랑 미들 블로커 하현용, 아웃사이드 히터 류윤식과 함께 오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카드에서 삼성화재로 왔다.
김 감독은 "개인 기록에서도 보여주듯 (이상욱은)제몫을 충분히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높이가 떨어지는 우리팀 상황상 리베로가 해줘야할 역할이 큰데 이 점에서 이상욱이 힘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최하위(7위)에 자리하면서 힘든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산술적으로는 아직 봄 배구행이 좌절된 상황은 아니다. 남아있는 10경기에서 모두 승점3을 얻고 승리를 거둘 경우 18승 18패(승점54)로 승률 5할을 맞춘다. 김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에서도 잘 풀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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