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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동맹' 맺은 KT&G와 PMI의 서로 다른 '속내'


KT&G, 빠른 글로벌 시장 진출…PMI, 전자담배 시장 확대 목적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두고 치열한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KT&G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 글로벌 시장에서 ‘파트너’로 손 잡았다. 양 사가 15년간의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PMI가 KT&G 전자담배 ‘릴(lil)’의 글로벌 유통을 맡게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두고 ‘적과의 동침’이라며 흔치 않은 사례라 평가한다.

5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KT&G와 PMI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KT&G-PMI 글로벌 콜라보레이션(GLOBAL COLLABORATION)’ 행사를 열고,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겉으로 드러난 계약만 보면 KT&G의 전자담배를 PMI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판매하는 단순 계약으로 보이지만, 숨겨진 속내는 서로 다르다.

KT&G가 PMI과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15년 간의 장기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 CEO가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KT&G]
KT&G가 PMI과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15년 간의 장기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 CEO가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KT&G]

◆ KT&G, 글로벌 유통망 부족…단기 매출 상승 효과 노려

KT&G는 이번 계약이 2023년 1월 30일부터 2038년 1월 29일까지 유효하며, 향후 해외 NGP(차세대 제품, Next Generation Products) 사업에서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6%, 연평균 스틱매출수량 성장률 24%를 달성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G의 경우 국내 유통망은 촘촘히 잘 갖춰져 있지만, 해외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독자적 NGP 수출이 쉽지만은 않다.

실제 KT&G의 국내부문 판매조직은 본사 영업본부 아래 14개 지역본부, 102개 지사, 11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반면, 해외 유통망의 경우 본사 내 2개 실, 2개 센터, 15개 팀으로 규모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법인도 인도네시아 3개, 러시아 2개, 튀르키예, 대만, 미국, 이란에 각각 1개 등 총 9개와 중국 현지 지사 1개소 뿐이다.

아시아 일부 국가와 러시아, 중동 등에 집중된 KT&G의 해외 유통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해외 31개 국으로 진출한 릴의 판매도 대부분 PMI를 통해 이뤄졌다. 앞서 두 기업은 2020년 부터 3년 간 PMI가 릴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었고, 이번 계약 역시 당시 계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KT&G의 지난해 국내·외 NGP 매출은 8천7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4.7%에 그치고 있다. 반면 국내·외 궐련 매출은 2조7천억원으로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5.7%를 차지한다. 점차 글로벌 시장서 궐련 소비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KT&G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NGP 제품 확대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은 것이다.

KT&G는 전체 매출의 70%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내수 기업이지만 점차 흡연 인구가 감소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T&G 관계자도 지난달 26일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이중 NGP와 건강기능식품 매출 비중을 60%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KT&G가 미래 사업으로 선택한 NGP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5억4천만갑으로 전년보다 21.3% 증가했다. 또 담배 판매량 중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2.2%에서 지난해 14.8%까지 확대됐다. 반면 궐련 판매량은 30억9천만갑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흡연자들이 궐련 대신 전자담배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글로벌 시장도 비슷하다. 유로모니터는 릴과 같은 찌는 방식의 전자담배인 HNB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2년 약 313억 달러(38조5천억원)에서 2027년 663억 달러(81조5천억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KT&G도 당장 릴 등 차세대 제품의 글로벌 매출을 끌어 올려야 하고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PMI와의 유통 계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직접 해외 시장을 개척해 판매에 나서는 것보다 이익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다는 점과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 PMI, 전자담배 시장 우선 확대…'파이'부터 키우기 전략

PMI는 자사 제품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릴의 유통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이는 지난 2021년 필립모리스 CEO의 “10년 내에 영국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는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PMI는 궐련 대신 전자담배 판매로 사업 구조를 변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궐련의 폐해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보다 건강에 덜 해로운 NGP 보급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담배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PMI와 KT&G는 매출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평가한다. PMI가 이번 글로벌 유통과 관련해 KT&G와 손을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PMI는 KT&G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더라도 자사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경쟁 관계인 BAT 등의 NGP보다 KT&G의 릴이 판매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실제 PMI는 글로벌 담배 시장 1위 사업자로 KT&G(5위)와 큰 격차가 발생한다. PMI는 국내 첫 HNB 제품인 ‘아이코스’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까지 선도하고 있다. 아이코스는 지난 2017년 국내에 출시 돼 2019년까지 전자담배 시장의 약 70% 가량을 차지해 왔고, 최근까지도 릴과 전자담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PMI는 KT&G와 글로벌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PMI는 KT&G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면 아이코스 등 자사 제품의 경쟁자가 늘지만 관여치 않았다. 이번 계약으로 KT&G 릴은 PMI가 진출해 있는 전 세계 70여개 국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아이코스가 판매되는 국가에서는 릴도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PMI는 이미 수년 전부터 궐련 대신 NGP로만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 PMI는 국내 시장에서도 말보로 등 궐련보다 전자담배 판매에 더 집중하고 있다. 궐련 신제품은 출시하지 않지만 NGP 제품에는 공을 들인다. PMI는 지난해 10월 아이코스 신제품 일루마를 출시했고, 3개월여 만에 또 다른 일루마 시리즈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PMI가 가향 담배 등을 허가하고 있는 일부 동남아 국가 등에 릴을 집중 판매해 전자담배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인 NGP 시장 파이를 늘리고, 이후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과 조세 등의 문제로 신기술이 적용된 전자담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PMI는 건강과 관련해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덜 해롭다는 논문 등을 꾸준히 발표하는 등 NGP 띄우기에도 나선 상황이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PMI와 KT&G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까지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PMI는 오히려 전자담배 시장 확대를 위해 KT&G 제품을 저개발 국가 등에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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