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윤석열 정부의 '금융 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베일을 벗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통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횡령, 이상 외화 송금 등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를 포괄적 책임자로 지정하고, 이사회와 임원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금융 판 '중대재해법'의 등장이다.
문재인 전 정부의 중대재해법이 1년을 맞았지만, 입법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중대재해법 이후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사망자는 전년보다 8명 늘었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경우에도 명확성의 원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구속·무혐의 처분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예방엔 별 효과가 없고,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윤 정부는 올해 중대재해법 수술에 들어갔다. 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 신속히 해소' 과제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포함했다. 명확하지 않은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개정해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이 모호하고, 기업의 부담이 과하다며 중대재해법과 시행령 개정을 요구해왔고, 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재해법은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며 "대통령령을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해 기업을 하시는 데 걱정이 없도록 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춰 근로자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정부가 문 정부의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 모호하고, 기업의 부담이 과한 건 금융 판 중대재해법도 같다. 금융당국은 CEO에게 가장 포괄적인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CEO를 포괄적 책임자로 규정했다. 금융사고만 터지면 CEO는 책임자가 된다.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했지만, 중대 금융사고의 기준이 사회적 파장임을 고려할 때, 사회적으로 파장이 미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그 순간 어떤 CEO도 제재를 피할 수 없다. 금융권에선 "누가 CEO를 하려 들겠느냐"면서 아우성친다. 중대 금융사고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에서 기업들의 불만과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정부의 중대재해법이 기업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하는 윤 정부가 금융사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서 내로남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실효성 있는 금융 판 중대재해법을 위해선 스스로 돌아볼 때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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