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바이오산업에서 항생제 사용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합성생물학연구센터 이대희 박사 연구팀은 항생제 없이도 바이오제조 공정에 사용할 유전자재조합 세포를 고감도로 선별하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연료 등 바이오 제품 제조공정의 안전성을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추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이끈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란 특정 유전자의 배열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유전자와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유전자를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DNA 운반체에 싣고 이를 적절한 숙주 세포에 넣어 유용한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최초의 바이오의약품인 인슐린을 대장균에서 만들 수 있었다. 현재도 바이오화합물, 효소, 단백질의약품, DNA 백신 등 다양한 바이오 원료들을 생산하는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제품 대량생산 제조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숙주 세포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을 플라스미드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항생제 선별법이다.
숙주 세포에 항생제를 처리했을 때 항생제에 저항해 살아남는 세포를 선별하는 것이다. 항생제 선별법은 항생제 저항성 돌연변이 발생과 이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 유발, 제조단가 상승 등의 문제가 있다.
대안으로 영양요구성 균주를 이용한 방법이 있는데 균주제작이 어렵고 선별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특히 선별에 이용할 수 있는 유전자 수가 제한적이란 한계가 있다.
DNA 백신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플라스미드의 크기가 작을수록 인체 내 전달 효율이 높다. 항원 발현량이 많아 작은 크기의 플라스미드를 선별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지능형 유전자회로를 만들어 플라스미드가 있는 세포만 선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NOT 논리회로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간섭 기술(CRISPRi)을 결합하고 이를 연속적으로 사용해 플라스미드가 있는 경우 유전자가위에 의한 간섭이 발생하지 않아 세포가 생존하며 선별되는 원리다.
개발된 시스템은 여러 개의 플라스미드를 동시에 선별할 수 있도록 확장도 가능하다. 플라스미드 선별 마커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아닌 160bp(염기쌍) 정도의 매우 작은 가이드 RNA를 사용해 플라스미드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DNA 백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화장품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식물유래 성분인 비사볼올(bisabolol)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생제를 이용한 경우보다 선별된 플라스미드의 선별 효율이 높고 비사볼올 생산량 또한 많음을 확인했다.
이대희 박사는 “플라스미드 유지와 재조합 미생물 선별에 오랫동안 사용된 항생제는 내성 세균과 같은 위험이 함께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해결한 것으로 앞으로 무항생제 바이오제조 공정에 적용하면 연관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이승구 박사는 “소프트웨어로 전자장치를 구동하는 것처럼 인공 유전자 회로는 세포에 다양한 논리적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이번 연구는 합성생물학 기술의 무한한 활용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 CRISPRi-based programmable logic inverter cascade for antibiotic-free selection and maintenance of multiple plasmids / 교신저자 : 이대희·이승구 박사 / 제1저자 : 김성근·김하성 박사)는 2022년 12월 13일 합성생물학 분야의 국제 저널 ‘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 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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