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따라 탄소중립 실현과 자원 순환경제 체계 구축에 대한 노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인 폐합성 섬유를 화학적으로 선별해 플라스틱 원료인 단량체(화학 결합으로 고분자가 될 수 있는 단분자 물질, 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사용)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 조정모 박사 연구팀은 폐의류 내 염료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재활용 원료를 분리할 수 있는 선별 기술을 내놓았다. 이렇게 선별한 폐합성 섬유를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에 선보였다.
이번 기술은 자연에 버려지거나 소각됐던 폐의류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유색섬유나 혼방섬유를 합성 이전의 원료로 전환할 수 있다.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류산업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반면 글로벌 의류 생산량은 매년 증가 추세이다. 대부분 소각되거나 자연에 버려져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의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처럼 잘 썩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섬유산업에서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석유 기반 합성 소재를 지속 가능 원료로 대체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재활용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섬유 대부분(99%)은 투명하고 깨끗한 폐PET병을 원료로 재활용한 것들이다.
섬유 폐기물은 별도 수거 방법 없이 여러 재질이 혼합 폐기되고 있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이를 재질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거나, 원료 비중에 따라 물에 뜨고 가라앉는 것으로 구분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이다. 분류 후 여전히 각종 이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물리 또는 화학적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특정 소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저가의 화합물을 활용해 혼합 폐섬유로부터 ‘폴리에스터(PET)’ 소재만을 골라내는 ▲화학적 선별 기술은 물론 분류된 폴리에스터 섬유를 저온 분해하여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함께 개발하였다.
혼합 폐섬유로부터 먼저 색이 있는 섬유만 구분하고 연구팀이 개발한 추출제를 적용해 탈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판별해 분리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염료 폐액을 원래 색이 없었던 섬유에 적용했을 때 위와 같은 과정과 반대로 염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분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이번 성과는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저급 유색 폐섬유까지 고품질 단량체 제조를 위한 원료로 적용할 수 있어서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자원 순환형 재활용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관련 기술을 리뉴시스템에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PET 처리 기준 연간 1만톤 규모의 실증 플랜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부터 본격 재생 단량체의 양산 돌입과 함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논문명:Low-Temperature Glycolysis of Polyethylene Terephthalate)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간하는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저널에 발표됐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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