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국회에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8%로 정한 'K칩스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업계가 아쉬움을 드러내자 정부가 이번 주 안에 이를 상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틀 전 세제지원 확대에 대해 직접 지시했던 것이 주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에서 신년 반도체 수출 현장을 점검하며 "윤 대통령의 지적 이후 바로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어떤 세제 지원을 가져갈 지 이번 주 안에 발표하려고 하는데,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기본 두 자릿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반도체 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획재정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K칩스법'의 중요한 한 축으로, 당초 국민의힘 반도체특위는 세액공제율 20%를 주장했지만 결국 국회에서는 8%로 통과됐다. '재벌 특혜'라고 주장해왔던 야당뿐 아니라 기재부가 "세액공제율 20%가 되면 세수 감소가 2023∼2024년 연 2조5천억원 수준"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K칩스법' 후퇴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은 "8%는 대한민국 반도체 사망선고"라며 "투자분의 25%를 세액공제 해주는 미국 등의 국제 표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우리나라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율은 최대 50%에 달해 대만(25%)보다 높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역시 대만(5%)보다 훨씬 높아 충분한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고 항변했으나, 결국 윤 대통령이 질책과 함께 추가 세제 지원 검토 지시를 내리자 백기를 들었다.
이번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다시 추진되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10% 이상으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K칩스법' 원안대로 공제율을 높여주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재정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뒷북 대책에 나선 한국과 달리 미국, EU, 일본, 대만 등 경쟁 국가들은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에 이미 무섭게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미 반도체 경쟁국 모두가 시장 자율에서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개입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우리 민간 기업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경쟁은 물론이고 생존도 어렵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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