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올해는 주택매매가의 하방압력이 지속되며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컸던 해였다. 전년도인 2021년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내년에도 고금리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대출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 안전진단 완화 등 거래 정상화를 위한 방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 전국 아파트 가격 9년 만에 하락 전환…강남권도 흔들
올해 전국 아파트는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과 기준금리 인상, 경기위축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고 집값이 9년 만에 하락 전환됐다. 지방과 광역시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진 셈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선 인천, 지방에선 세종시의 가격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실제로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1.37% 하락했는데, 인천의 낙폭(-2.41%)이 특히 컸다. 세종도 2.33%로 하락 폭이 커졌다.
강남권에선 송파구(-1.73%)가 잠실동의 대단지 위주로 급매물이 거래돼 낙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1.53%)와 강남구(-1.24%) 등 다른 지역들도 -1.0%가 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세시장에선 고금리 기조로 세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역전세에 관한 우려까지 겹쳐 월세로 바꾸는 비율이 증가했다. 입주물량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이사로 바쁜 시기에도 매물들이 쌓이며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4년 만에 하락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이 14년 만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지난달 24일 KB부동산은 주택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11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보다 0.75%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2008년 4월에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낙폭이다.
◆ 고금리에 거래침체 현상 길어지고 매수세 둔화
고금리 영향에 매수세가 빠르게 둔화되며 매매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 12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올해 연말까지 주택 매매거래량이 지난해에 비해 46.9% 줄어든 54만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6년에 주산연이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10년 간 평균 주택 매매거래량(97만 건)과 비교해도 55%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거래절벽이 계속되며 전국의 아파트 매매 변동 비율은 지난 6월에 하락세(-0.04%)로 바뀌었다. 하락세는 이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올해 첫 부동산 대책으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지난 8월에 내놓았다.
또 거래침체가 현상이 길어지고 미분양이 증가하며 10월엔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 조치'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한도를 최대 50%까지 올렸다. 15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규제지역은 지난 6월과 9월, 11월 총 3회에 걸쳐 잇따라 해제했다. 지난달에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선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 수정), 광명, 하남 등 투기 과열 지역으로 꼽히는 곳을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가 풀렸다.
◆ "내년에도 매수세 위축 예상"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에 고금리의 영향이 상당 기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4%대까지 올라 부동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격 고점 인식과 고금리,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정부에서 대출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택 가격의 급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년의 거시적인 경제 변수는 장기적인 고금리 기조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연체 증가, 분양지연 물량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난항 등"이라며 "이에 따라 매수 심리 위축이 이어져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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