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시중은행들이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NH농협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등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몇몇 금융회사들에선 관료 출신 올드보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이었던 은행의 수장을 맡는 것을 두고는 더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을 포함한 9개 계열사의 인사를 단행했다. 9개의 계열사 중 4명을 신규 선임했다.
◆ 시중은행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세대교체'
이번 신한금융 자회사 CEO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다. 출생연도가 1966년~1968년으로 만 54~56세에 해당하는 인사들이 1960년대 초반생 인사들을 제치고 주력 계열사의 CEO로 전진 배치됐다. 1961년생인 진 내정자가 지주회사 회장으로 영전한 만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인사 키워드는 '젊고 유연한 리더십'이다. 신한금융은 진 내정자를 차기 신한금융 회장으로 선임한 덕목 중 하나로 능동적이고 유연한 리더십을 꼽았다. 이번 계열사 인사에서도 유연한 리더십이 화제였다.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의 젊고 유연한 리더십이,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내정자도 내부결집과 단합을 이끌어온 리더십이 높게 평가받았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내정자도 최초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통합을 상징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유연한 조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차기 하나은행장에는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가 내정됐다.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으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간의 진정한 통합을 이루자는 의미가 담긴 인사다.
◆ 농협·기업銀 "어울리지 않는 올드보이 귀환"
반대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특수은행인 NH농협금융지주는 옛 관료인 올드보이로 채워가는 움직임을 보이며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내정되거나 거론되는 인사들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행정고시 26회인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1959년생으로 동아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금융권 경력은 없다.
또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마 선언과 함께 공식 영업한 '1호 인사'로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고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논란이 되는 점은 이 전 실장이 금융지주 회장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친정부 인사가 영입됐다는 점에서 중앙회가 정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중앙회가 인사를 해야 하는데 정부와 손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금융권 경력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올드보이 논란에 휘말려있다.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포함되자, 전 감독원장이 피감기관에 수장으로 가는 것을 두고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전 금융감독원장이면 피감기관에 대해 파악하는 것들이 많을 텐데, 피감기관 수장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라며 "게다가 기업은행의 역할이 커진 시기에 정 전 원장은 은행 경력도 없어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은행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대로 된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