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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법' 정치권 부결…한전엔 '毒' 아닌 '藥'?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 무산…내년 전기요금 인상분 올해 3배 이상 될 수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한전의 적자를 회사채 발행으로 메우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지만,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한전에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내 주택 및 상가밀집 지역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주택 및 상가밀집 지역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추가적인 한전채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법 개정안은 한국전력의 사채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을 기존 2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전은 최근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비해 전기요금의 상승폭은 그에 따르지 못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대부분 한전채 발행을 통해 충당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채 발행액인 10조3천억원의 두 배가 넘는 23조원의 한전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말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자로 적립금이 대폭 감소하면서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과 SK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는 57조5천억원으로, 적립금이 줄어들 것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 사채발행한도는 50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8일 기준 KP물(달러표시채)을 포함한 한전채 잔고는 63조3천억원이다. 현재 회계기준으로 내년에는 한전채 발행 잔고가 사채발행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행 한전법상 올해 사업보고서가 제출되는 이후인 내년 4월부터는 사실상 한전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은 올해 월평균 2조4천억원 수준의 한전채를 발행해 왔다. 12월부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한전채 발행 부담이 다소 완화됐지만, 매월 1조원 이상의 전력거래대금 지급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은 필요한 상황이어서 한전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한전채는 월평균 4천900억원에 달하고, 6~7월에는 월 1조원 수준으로 대규모 만기가 집중돼 있다.

국회에서 한전법이 부결되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전 등 관계 기관과 공동으로 '한전 재무위기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한전은 한전채 발행 외에도 기업어음(CP)과 은행 차입 등 유동성 확보 방안을 강구하고, 금융권에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정부 여당과 산업부가 입장문을 내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한전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내년 4월까지 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한전의 자금조달은 CP와 전자단기사채, 금융기관 차입, 정부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 없이 전력 대금을 결제하고, 현행 한전법상 사채발행한도를 초과하는 한전채를 상환하려면 내년 1분기 안에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약 64원 올려야 한다. 이는 올해 인상분(19.3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한전법 부결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한전에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팔수록 적자를 보는 한전의 역마진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이 부결된 현재 정상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 자금 투입 또는 전기요금의 대규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한 번에 반영하긴 어렵겠지만, 외부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되면서 자체적인 현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폭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한전이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킬로와트시(kWh) 당 50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이번 한전법 개정안에 반대한 야당(더불어민주당)에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만큼 12월 기준연료비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전의 주가에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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