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9천만원도 포기했다"…미분양 공포 확산 우려

[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최근 청약에 당첨되고도 분양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계약 건수가 줄어들자 일부 건설사들은 입주자 모집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미분양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청약 시장의 경착륙이 이어지며 분양 계약을 해지하는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가 늘어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 분양한 인천 연수구의 '송도자이더스타'는 당첨자의 35%가 계약을 하지 않아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으나 일부 수분양자가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주변의 신축 아파트가 송도자이더스타의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 8억~9억원대) 대비 최대 4억원 더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앞서 2020년에 완공된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2차'와 '더샵송도마리나베이'는 지난달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해당 단지보다 저렴한 6억원대에 거래됐다. 2019년에 완공된 '송도SK뷰'는 이달 같은 면적의 매물이 5억2천7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AK 푸르지오'도 인근 단지의 집값이 하락하자 계약을 취소하는 일부 수분양자가 나타났다. 이들은 분양 가격의 10%를 계약금으로 거는 것을 기준으로 9천만원을 포기해서라도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들은 집값 하락을 우려해 대우건설과 시행사인 대한토지신탁에 분양대금의 감액과 중도금 지원을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금리에 대한 부담까지 고려해 계약을 해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 계약 건수가 줄어들자 최근 일부 업체들은 기존에 실시한 분양을 거둬들이고 있다. 일례로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단지는 시행사가 1차 계약금을 수분양자로부터 받았으나 최근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지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 지역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지난 10월에 청약을 실시한 뒤 계약률이 저조해 2차 계약금 수납을 중단하기 위한 내용증명서를 계약자에게 발송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수요자가 한정돼서 발생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역대 최대치의 낙폭을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59% 떨어져 2012년 5월 시세를 조사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