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10년 가까이 서울 재건축 규제의 핵심으로 꼽혔던 35층 높이 규제가 연내에 풀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층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고가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다만 국내 전역의 부동산 시장 하락장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해당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해당 계획은 시가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이자 법정계획이다. 시는 개별 정비계획을 심의하는 단계에서 지역 여건에 맞게 층고를 허용해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유도할 예정이다.
한강변의 아파트 최고 층수를 15층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한강변 첫 주동(住棟) 15층 이하 규제'는 2015년부터 권장된 사항으로 강제적인 규제사항이 아니다"라며 "한강변 첫 주동의 높이 계획은 15층 이하로 권장하되, 각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거친 후 연내에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강남3구와 용산구, 여의도, 목동에 밀집한 고가의 재건축 단지가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올해 준공 39년을 맞은 강남구 미도아파트는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안이 확정되며 35층 규제 폐지가 적용된 첫 재건축 사례가 됐다. 지난 2017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으나 시장 불안 등의 악재가 겹치며 지연됐다가 이번 심의 결과로 재건축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강남의 노후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게 되자 해당 지역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은마아파트는 현재 35층으로 묶여있지만 이번 심의 결과에 따라 최고 높이를 49층으로 바꾸는 설계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시에 따르면 해당 단지에도 이번 심의 결과를 적용할지는 관련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알 수 있다.
산호아파트 등 용산구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도 이번 심의 결과를 전제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산호아파트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 사업 시행 계획안엔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돼 있다"며 "이를 최고 47층으로 바꾸는 내용으로 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1970년에 준공된 용산구 한강맨션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29일 관할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를 받았으나 이번 심의 결과에 따라 최고 층수를 68층으로 높인 설계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가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인 시범아파트의 '최고 65층'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한 만큼 해당 설계가 통과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다만 이번 심의 결과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는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고가의 재건축 단지엔 이번 대책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주변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생기기엔 아직 대출 금리가 높아 수요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에 관에서 기대하는 만큼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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