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초대해 미국 테일러시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착공식을 진행하려던 삼성전자가 SK에 선수를 빼았겼다.
일정 조율을 이유로 착공식 일정을 차일피일 미룬 사이 바이든 대통령이 SK실트론 CSS 공장을 먼저 찾아 반도체 공급망 강화 메시지를 피력해 삼성전자의 미국 내 대관업무 능력이 뒤처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위치한 SK실트론CSS의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방문했다. 미국 내 한국 첨단 제조공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실트론CSS는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로,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SiC 웨이퍼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첨단 소재다. 앞서 SK는 지난 2020년 미국 듀폰의 웨이퍼사업부를 4억5천만 달러(약 6천억원)에 인수해 설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다시 강조했다. 또 외국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모범 사례를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미국 경제 활성화 노력을 강조하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같은 해외에서 만드는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신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구축하는 공급망을 세계의 다른 모두에게 사용 가능하도록 하고, (공급망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중국의) 인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게을러졌고 경제 중추인 제조업이 공동화됐다"고 지적하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또 "전 세계가 여기 미국에 다시 투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대면 회담 당시 이야기도 털어놨다. 공급망 문제에 관해 최근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 시 주석이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또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한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 섰던 것이 주효했다는 점을 밝히며 자신의 입법 성과도 강조했다. 더불어 SK와 한국에 감사를 표하며 "그들은 일류이고, 이곳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이번 행보로 VIP 일정 조율을 이유로 착공식 일정을 미뤄왔던 삼성전자는 다소 머쓱해졌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상반기에 착공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도 관련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공장 건설은 이미 시작했다.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 '더 리얼 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텍사스 현지 파트너사 제이콥스 엔지니어링은 지난 5일부터 삼성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이 지역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포함한 170억 달러(약 22조4천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지 약 1년만이다.
공사에 들어간 건물은 총 5개 동으로, 총 18억 달러가 투입된다. 7만4천322㎡ 면적, 3층 규모의 제조·기술 지원시설에 가장 많은 9억5천만 달러가 쓰인다. 반도체 제조 시설에는 3억 달러가 투입돼 11만1천483㎡ 면적에 3층으로 지어진다. 또 면적 4만1천156㎡, 2층 구조인 GCS(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가스, 화학물질 보관 건물)에 3억8천500만 달러를, 면적 3만2천516㎡, 6층인 사무동에 1억5천만 달러를 투입한다. 1천500만 달러를 들여 6층 규모의 주차타워도 짓는다. 장비 반입 시기는 내년 3~4분기에 시작될 예정으로, 완공 예정 시기는 2024년 11월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주지사 등 VIP를 초청해 착공식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일정 조율도 못한 것으로 안다"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분위기를 고려할 때 착공식 시기는 내년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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