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을 두고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95년 독일에서부터 시작된 COP는 ‘27’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듯 27년째 계속되고 있다. 27년째 전 세계 각국이 모여 기후위기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제자리걸음만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나라의 대표가 ‘Blah Blah(중얼중얼 의미 없는 말만 내놓는 것)’ 하고 내려가고 또 다른 나라의 대표가 ‘Blah Blah’하고 끝내는 총회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 지도자급 인사들이 모여 기후위기와 그 해법을 두고 국제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COP이다. 이번 이집트 총회에서는 ‘손실과 피해 기금마련과 독립기구 설치’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안’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이 주요 이슈였다.
유럽연합(EU)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아프리카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내놓겠다고 발표했고 여러 개별 국가들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여러 지원과 정책 방향 등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반면 ‘손실과 피해 기금 독립기구 설치’와 ‘화석연료 감축안’ 등 매우 긴급하고 중요한 주제에 이르면 여전히 전 세계 각국의 태도는 ‘블라블라 총회’에 그치고 말았다. 서로의 입장만 전달한 채 이견을 좁히는데 어려움이 뒤따랐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위기로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에 이른바 선진국들이 일정 금액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거의 없는 남태평양 섬나라,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위기 피해의 직격탄을 입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그동안 경제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배출한 온실가스 영향으로 지구가 가열되면서 이상기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폭염, 폭우, 폭풍 등 이상기후가 펼쳐지면서 가난한 나라의 피해를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일정정도 책임을 인정하고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만들어 기후위기 취약국가를 돕자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과 피해’라는 용어로 독립기구가 만들어지면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런 선례가 남겨지면 앞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해석된다.
COP27은 현지 시간으로 18일 폐막될 예정이었는데 ‘손실과 피해 기금’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루 연장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가 끝나기 전에 손실과 피해는 물론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최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화석 연료의 구체적 감축안에서도 이견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국가들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폐지하겠다는 원론적 의견을 내놓았는데 구체적 계획에 이르면 ‘블라블라’에 그치고 말았다.
이 또한 ‘미국· 유럽 vs 중국·인도’의 대립각 중 하나이다. 개발도상국가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이 없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의 강제 퇴출 선언 등은 또 하나의 통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은 그동안 화석연료를 통해 경제성장을 했는데 책임(손실과 피해 기금)은 지지 않고 이제 우리(중국 등)가 경제성장을 하려고 하니 화석연료 금지 등으로 또 하나의 통상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U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또한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COP27 합의문 초안에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강조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단계적 중단도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은 물론 앞선 총회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27년째 개최되고 있는 당사국총회(COP)가 발전적이고 생산적 논의를 이끌어 내기 보다는 매년 반복되는 ‘1.5도 상승 억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상생할 수 있는 방법 모색’ ‘기후적응 노력’ 등 추상적 합의문만 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환경 시민단체와 기후위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이럴 바에는 COP를 개최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COP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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